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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감시커녕 세금 퍼먹기 나선 ‘행정부 시녀’ 汎여당

기사입력 | 2019-12-11 11:57

더불어민주당이 군소 정치세력을 끌어모아 내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12·10 재정민주주의 붕괴 사태’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일이다. 국회가 행정부 예산안의 문제점과 낭비 요소를 제대로 제거하긴커녕, 친여 정당들이 담합해 세금 퍼먹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제1야당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압도적 책임은 온갖 불법성을 무릅쓰고 밀어붙인 자칭 ‘4+1 협의체’라는 ‘범(汎)여당’에 있다. 이들은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권 등을 묶어 정치적 짬짜미를 해왔는데, 예산안 보조 일치를 계기로 한 배를 타게 됐다. 이미 야바위 수준으로 전락한 선거제도 개편안과 공수처 신설 등도 조만간 그렇게 처리하려 들 것이다. 대법원 코드화에 더해 국회마저 ‘행정부 시녀화’의 길로 들어섰다. 3권 분립은 붕괴하고 민주주의는 퇴행하는 위험한 상황이다.

예산안 처리 절차상의 하자는 정당성을 의심케 할 정도다. 9일 본회의에서 의결된 수정안은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아직 정당 요건을 갖추지 못한 대안신당이 만든 것이다. 헌법과 국회법이 규정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건너뛰었다. 수정안 제출이 가능하긴 하지만, 예결위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그 근원적인 법안의 취지를 벗어난 일이다. 더욱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4+1협의체가 수정안 작성의 주체가 된 것은 법리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여기에다 이 협의체는 예산 증감과 관련한 아무런 자료를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깜깜이로 나눠먹기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의결 전에 증감 내역이 의원들에게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실, 부수법안 통과에 앞서 예산안이 처리됨으로써 세입 확정 없이 예산안을 통과시킨 결과가 됐다는 점 등에서도 심각한 불법성이 짚인다.

예산안 내용상의 문제점도 간단치 않다. 원천적으로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예산의 성격이 매우 강했지만 전혀 시정되지 못했다. 게다가 총선 격전지가 될 부산·경남, 들러리 정당의 주요 근거지인 호남에 대한 예산이 대폭 늘었다고 한다. 올 10월까지 누적 재정적자가 45조5000억 원으로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인데도, 정치권은 흥청망청이다. 국회의장의 중립성마저 무너졌다. 이런 예산안 야합이 군소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도 및 호남 지역구 유지 등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황당하다. 군소 정당에 정치적 반대급부를 주면서 집권당 ‘일당 독주’에 들러리 세우는 것은 전형적인 독재의 조짐이다. 진보 성향의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교수가 “현 집권세력의 직접민주주의가 전체주의와 비슷하다”고 말한 게 예언처럼 들어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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