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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 정치’가 민주주의 파괴한다

기사입력 | 2019-12-10 11:54

하창우 前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조국 사태 본질은 現정권 위선
감찰 중단과 정치공작 사태는
그릇된 믿음의 公的 영역 확산

권력의 선거 개입은 민심 왜곡
검찰 해체 시도하면 국민 저항
국민은 ‘직권남용의 종점’ 주시


조국 사태는 서막에 불과했다. 따지고 보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비리 의혹은 대부분 개인 문제였다. 그가 보여준 불의와 불공정을 통해 좌파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지만, 공권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국민이 분노한 것은 거짓을 진실이라고 말하는 위선이었다. 좌파에겐 내 편은 정의로워서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 그는 ‘내 편’이다. 그래서 그와 가족을 수사하는 검찰이 나쁘다고 한다.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며 내세우는 이유다.

내 편에 대한 그릇된 믿음이 사적 영역을 넘어 공적 영역에 미치면 국가 통치에 결함이 생기게 된다. 정권은 비리에 무감각해지고 불법을 저지르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여태 경험하지 못한 위험에 처해 있다. 권력의 핵심이 포진해 있는 청와대가 내 편의 비리를 은폐하고, 내 편의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중단 사건이다. 가장 적나라한 부패 사건이 청와대에서 은폐된 것은 처음부터 의심스러웠다. 민정수석실에서 누군가에 의해 무마됐다는 의혹은 거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은 당시 민정수석 조 씨의 진술에 따라 책임자가 가려지게 됐다. 조 씨가 자신의 책임 범위에서 중단을 결정한 일인지, 아니면 윗선의 지시에 따랐는지 입장 표명에 따라 직권남용의 최종 책임자가 드러날 것이다. 그의 계속된 묵비권 행사는 이 대목에서 한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침묵은 더 이상 그를 보호하지 않는다.

또 하나, 2017년 울산시장선거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 정권 최대의 비리 사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의 비리 첩보를 청와대에 제보한 사람은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의 측근이었다. 청와대가 첩보 문건을 경찰에 이첩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했으며, 경찰이 압수수색 전부터 9번이나 청와대에 정보 보고를 했다면 청와대와 경찰, 송 후보 측이 공모한 선거 공작의 냄새가 짙게 난다. 청와대가 개입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 유 전 부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형’이라 불렀고, 송 시장은 사석에서 문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는 ‘30년 지기 절친’이라고 한다. 두 사건 모두 정권이 내 편을 위해 개입한 케이스다.

정권은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 사력을 다할 것이다. 여당은 검찰 수사를 강압수사라고 몰아치면서 검찰을 장악하기 위해 공수처 설치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 힘 빼기도 시도하고 있다. 집권 세력이 국민의 인권을 위해 이런 법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장기집권용 제도를 구축한다는 의심이 든다.

새로 지명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첫 마디는 “검찰 개혁”이었다. 처음부터 검찰 개혁을 꺼내는 걸 보면 그가 장관이 되는 경우 인사권 행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윤석열 사단을 교체해 수사력을 약화시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저급한 정치는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더구나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 행사는 그 재량이 크지 않다. 법무부 장관은 독단으로 검찰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반드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고 대통령에게 검사의 보직을 제청해야 한다.(검찰청법 제34조)

선거 공작에 대통령이 관여했는지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만일 수사 과정에서 조사가 대통령을 향한다면 윤석열 검찰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항상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말해 왔다. 그 성역이 어디까지인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선거 공작은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보지 못한 정치권력의 음모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이다. 권력이 개입한 선거는 민심을 왜곡시켜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든다. 모든 국민은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가려야 하는 시대적 의무가 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이런 공작이 또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려면 여당도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역사상 정치 공작이 영구히 은폐된 경우는 없다. 정권이 아무리 숨기려 해도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다. 국민은 정권의 불의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국민이 끝까지 지켜야 할 민주주의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지 않으면 자유를 숨 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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