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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원, 得보다 失 훨씬 크다

기사입력 | 2019-12-03 12:14

박태규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

사회 서비스 욕구는 계속 증가
정부의 역할과 민간 위탁 방식
효율적으로 충족할 방안 중요

사회서비스원 立法 지연되자
지자체에선 조례로 설립 나서
‘그림자 정부부문’ 키울 재앙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더 많은 배려를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정부부문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이란 아돌프 와그너의 예측이 지난 2세기 동안 유효한 법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사회적 발전과 더불어 복지·교육·문화·예술 등 다양한 사회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계속 커지므로 이에 부응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경제적·인구사회학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절실한 문제이기도 한데, 이런 사회적 수요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과 비중이 끝없이 증대될 수는 없는 만큼 경제적 현실을 고려해 효율적·효과적으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

다양한 사회 서비스에 대해 분출하는 사회적 수요에 대응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정부가 공급자로서 직접 역할을 하는 방법과, 지역과 수요자들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관련 분야의 민간단체에 위탁해 공급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 방법은 정부부문이 과다하게 증가할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없다는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재정이 열악한 환경에서 후자의 방법을 선택해 사회복지·교육 등 다양한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비영리 단체를 중심으로 한 민간의 재원과 민간단체의 역할에 크게 의존해 왔다. 그러나 정부 재정의 역량이 커지면서 정부의 역할이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적극적인 역할로 바뀌면서 오히려 과다하게 확대되는 현상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최근 교육부가 중등교육의 다양성 측면을 외면하고 있다는 반대와 매년 1400억 원 이상 예상되는 재정 수요에도 불구하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학년도부터는 자사고·특목고·국제고 등 79개의 고교를 자동 폐지해서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또, 대학과 교원단체의 강한 반대를 외면한 채 대학들에 지원하는 재정 지원과 감독 권한을 앞세워 수도권 16개 대학에 한해 입학 과정에서 정시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현 정부가 공약한 노인·장애인·아동을 위한 돌봄 서비스를 정부가 직접 공급하려는 목적으로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려던 시도가 관련 민간단체들의 비판과 반대로 지연되면서, 서울 등 4개 광역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설립한 사회서비스원이 국공립 시설의 위탁 운영에 뛰어들면서 지역의 민간복지 단체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면서 그동안 민간이 담당했던 역할을 정부가 직접 대신하려는 무리한 정책으로 인해 관련 소비자 및 민간 공급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공통된 사례들이다. 기초자치단체들 역시 복지재단, 문화재단 등을 별도로 설립해 자치단체의 역할을 확장하려는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이런 현상들을 둘러싸고 민간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확대돼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정책들의 배경에는 역량이 부족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민간 (위탁) 공급자 대신 높은 품질을 보증하는 정부가 직접 공급에까지 나서겠다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민간 공급자들이 갖는 이러한 문제들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관련된 정부 정책과 행정의 미진함에서 찾는 것이 마땅하고, 또 문제 해결의 길이 될 것이다. 위탁자와 피위탁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예견된 문제에 대한 관련 정책과 행정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공급자 또는 의사결정자로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득(得)보다는 실(失)이 훨씬 더 큰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정부부문을 확대해서 오랫동안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종사해 온 민간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오히려 혁신과 개혁이 가장 필요한 교육·사회복지 등의 사회 서비스 분야가 정부의 규제 대상 분야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 서비스 공급에 대한 의사결정에 정부의 일방적 개입이 확대된다면 그 결과는 ‘그림자 정부부문’의 확대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성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회적 비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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