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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직 논설위원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에서 가맹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전국에 1659개(2018년 기준)가 있는 BBQ다. BBQ는 가맹점 수도 1위지만, 소비자들 뇌리엔 ‘갑질의 상징’으로도 각인돼 있다. 2년 전 윤홍근 BBQ 회장의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논란 때문이다. BBQ 한 지점을 방문한 윤 회장이 주방 출입을 제지당하자 직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는 주장이 2017년 11월 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것.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갑질 기업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BBQ와 윤 회장은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 갑질의 대명사로 낙인찍히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갑질 주장은 허위 제보였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 결과 “유통기한이 임박한 중량 미달 제품을 제공했다”는 당시 가맹점 사장의 인터뷰는 거짓이었고, 윤 회장의 욕설을 목격했다고 인터뷰한 당시 매장 손님도 실제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2년 전 첫 보도를 했던 방송사는 지난 12일 이 같은 검찰 수사 결과를 보도했다. 그러나 “갑질 낙인이 찍힌 후 지난 2년간 훼손된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 감소는 어디서 보상받느냐”는 BBQ 측 하소연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BBQ와 같은 프랜차이즈 갑질을 막겠다며 가맹본부가 가맹점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지 못하도록 한 가맹사업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 했다. 종전에는 △허위사실 유포로 가맹본부의 명성과 신용을 훼손했거나 △가맹본부의 영업비밀을 유출한 가맹점에 대해선 가맹본부가 계약을 즉시 해제할 수 있었는데 개정안에선 이 항목이 삭제됐다.

약자라고 모두 선(善)한 건 아니다. 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악(惡)하다고 생각하는 ‘언더도그마(under dogma)’는 자칫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악의적 민원을 제기해 보상을 챙기려는 블랙 컨슈머가 활개를 치는 토양이 되기도 한다. 기업에 있는 한 지인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생산원가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고 협력업체를 독려했더니 하청 업체에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한다고 시민단체가 공격해왔다”고 털어놨다. 약자를 배려하는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사회를 ‘강자 대(對) 약자’로 양분하고 강자를 두들기는 게 정의로 통용되는 현실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