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아베 퇴진” 시위 18일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 앞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손팻말에는 ‘아베 정권 퇴진’ 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연합뉴스

18~29세 지지율 60% 안팎
뚜렷한 경제성과도 ‘한몫’

마이너스 성장률 등 한계점
“절반의 성공” 평가도 나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9일 총리 재임 일수 2886일(7.91년)을 기록해 가쓰라 다로(桂太郞·1848~1913) 전 총리와 같은 최장수 총리에 오르게 됐다. 아베 총리는 이변이 없는 한 내년 8월 23일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01∼1975) 전 총리의 7년 8개월 연속 재임 기록도 깰 전망이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2021년 9월까지다. 신기록 수립과는 별개로 아베 총리의 입지가 최근 들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 내각의 핵심 경제정책이자 최대 성과로 홍보해온 ‘아베노믹스’가 동력을 상실하고 각료들의 잇따른 부정 스캔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과 NHK 등 현지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최장수 총리 기록 소식을 전하며 장기집권 요인으로 폭넓은 지지층과 뚜렷한 경제성과를 꼽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내각이 18~29세까지 지지층을 넓혀 최근 20년간 가장 안정적인 지지 기반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4차 아베 내각이 출범한 2017년 11월 이후 18~29세 지지율은 꾸준히 60% 안팎을 기록해 60대와 70대 지지율을 상회했다. 아베 총리는 재집권 후 1400여 건의 트위터 글을 올린 데 이어 최근엔 인스타그램 계정을 새로 열어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2012년 재집권 후 뚜렷하게 개선된 경제 지표도 장기 집권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됐다. 아베 총리는 양적 완화·재정 지출·구조 개혁이 골자인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를 강력하게 추진해 수출기업들의 호황, 증시와 부동산 상승세, 완전고용에 가까운 실업률을 이끌어 냈다. 동일노동·동일임금과 임금 인상 정책을 추진해 야당 지지층을 공략하고, 선거 전선을 모호하게 만드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아베 총리가 1차 내각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념 우선’에서 ‘현실 노선’으로 전환했다”며 “안보 정책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면 경제 정책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베노믹스가 최근 국민총생산(GDP)의 2배에 달하는 재정적자, 마이너스 성장률 등 한계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다. 여권 내에서 경쟁자가 없어 ‘4선 연임론’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아베 총리와 측근 인사들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지적도 늘어나고 있다. 아베 총리 본인은 총리 주최 ‘벚꽃을 보는 모임’에 자신의 후원회 관계자를 초대해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야당은 “아베 정권의 각료들과 자민당 주요 인사들이 비위와 망언을 이어가면서도 제대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