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제안 하루만에 응답
증인 9명 파괴력 우려한 듯

미국인70% “우크라 압박 잘못”
51%는 “트럼프 탄핵돼야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과 관련한 하원 탄핵조사 청문회에서 증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공개 청문회에서 불리한 증언을 했던 인사들이 19일부터 시작되는 공개청문회 2주차에 대거 나서고, 청문회 이후 여론이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정면돌파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위터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가짜 탄핵 마녀사냥과 관련해 내가 증언할 것을 제안했다. 그녀는 또한 내가 서면으로 그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비록 내가 아무 잘못한 것이 없고, 이 적법 절차 없이 진행되는 사기극에 신뢰성을 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그 아이디어를 좋아하며 의회가 다시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그것을 강력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1인자인 펠로시 의장은 17일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정보를 갖고 있다면 정말로 보고 싶다”며 의회 증언과 서면 답변 등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청문회 증언 고려는 2주차 공개청문회에 등장하는 9명 증인들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될 공개청문회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유럽 담당 국장인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유럽·러시아 담당 특별보좌관인 제니퍼 윌리엄스, 팀 모리슨 전 NSC 유럽·러시아 담당 고문, 고든 선덜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 대사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빈드먼 중령과 윌리엄스 보좌관 등은 비공개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외압 상황과 백악관의 통화 내용 은폐 의혹 등을 증언했다.

여론 악화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8일 ABC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미 성인 506명을 대상으로 공동조사해 발표한 결과(표본오차 ±4.8%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요청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는 잘못됐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돼야 한다’는 응답은 51%였다. 응답자의 58%가 ‘공개 청문회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탄핵조사의 범위를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 답변 여부로 확대하고 있다. CNN과 더 힐 등에 따르면 더글러스 레터 미 하원 법률고문은 18일 컬럼비아특별구 연방고등법원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에게 보낸 서면 답변 내용이 진실하지 않을 수 있다”며 “하원에서 탄핵 조사의 일환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뮬러 특검에 대한 거짓 답변 등 사법 방해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서면 답변에서 측근인 로저 스톤과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 이메일 해킹과 관련해 위키리크스 문제를 논의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