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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숙명여대 법대 명예교수

현재 법무부 장관이 공석이다. 많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낸 사람을 대통령이 기어코 법무장관에 임명하더니 36일 만에 물러나 지금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 무리수였음을 여실히 증명한다.

전 법무장관이 극구 밀어붙이려고 했던 검찰 개혁의 내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며칠 전 보도된, 법무부 차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검찰 직제 개편 방안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우선, 검찰의 전국 45개 직접수사부서 중 반부패수사부, 공공수사부, 외사부, 강력부, 금융조사부 등 41곳을 연말까지 폐지하겠단다. 검찰이 특수한 분야의 수사를 못하도록 손발을 자르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주요 수사 사안마다 단계별로 사전 보고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국회를 거치지 않고 법무장관의 권한을 통해 슬그머니 하위 법령을 개정함으로써 검찰을 무력화해 길들이려 한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직제 개편은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치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고, 검찰총장의 보고는 법무부령인 ‘검찰사무보고 규칙’만 개정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수사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고 그 전문성은 일조일석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예컨대, 특허범죄조사부와 금융조사부 등 전문 부서는 지능화된 범죄에 대응해 수요에 따라 순차로 설치돼 왔고, 부서 특성에 맞는 수사력과 수사 기법을 발전시켜 왔다. 수사란, 요즘처럼 피의자들이 허언을 하며 증거를 인멸하는 현실에서는 발로 뛰는 수사만으론 어림없는 고도의 두뇌 싸움이고 법리 싸움이다.

범죄는 고도화·전문화하는데 ‘날아가는 범죄자, 기어가는 수사관’이 되는 검찰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현 정부에서 신설했던 범죄수익환수부나 조세범죄부 같은 수사 부서조차 3년도 채 안 돼 폐지하는 것은 조삼모사(朝三暮四)다. 차관이 장관직을 대행한다지만 차관은 국무위원의 업무를 대행할 수 없으므로 국무회의에서 표결권이 없으며, 국법상의 문서에 국무위원을 대리해 부서할 수도 없다. 더구나 대규모 직제 개편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하필 장관 공석 중에 차관이 대행할 일은 아니다.

또, 국회의 패스트트랙에 올라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에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등 중요 범죄로 정하고 있는데, 직제개편안의 부서 폐지 범위는 이와 맞지 않는다. 현실적인 대안 없이 수사기관을 폐지하는 것은 수사 기능의 축소와 범죄 대응력의 약화를 의미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을 하려면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고 피해가 가지 않도록 국회의 입법과정과 법률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검찰사무보고 규칙의 개정은 더 심각한 문제다. 검찰청법 제8조에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인 지휘감독권만 있을 뿐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검찰총장을 보루로 해 구체적 사건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수사의 잠행성과 보안성을 보장해주기 위함이다. 법무부령이라 하더라도 상위법인 검찰청법에 위배되는 규칙의 개정은 안 되며, 장관의 공석 중에 급히 해치울 일은 더더욱 아니다. 요컨대, 국민이 원하는 검찰 개혁은 졸속으로, 밀행적으로, 한풀이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