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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세기의 바둑 대결은 지난 2016년에 있었던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이다. 대국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AI가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세 판 연속 이세돌이 무릎을 꿇자 허탈해했다. 그때부터는 한판만이라도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그 바람은 네 번째 대국에서야 이뤄졌다. 이세돌의 78수가 결정타였다. 프로기사들은 이 수를 ‘신의 한 수’라고 평가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신의 한 수: 귀수 편’이 개봉 직후부터 6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면서 148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내기 바둑이라는 색다른 소재로 2014년 356만 관객을 동원하며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화제가 됐던 ‘신의 한 수’ 제작진이 후속편으로 만든 작품이다. 바둑으로 가족을 잃은 ‘귀신 같은 수를 두는 자’를 뜻하는 ‘귀수(鬼手)’가 냉혹한 내기 바둑판의 세계에서 고수들과 목숨 건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다.

그런데 영화 ‘신의 한 수’가 엉뚱하게도 댓글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황당한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홍보 영상에 영화 내용과 무관한 ‘가짜뉴스’란 댓글이 줄을 이었다. 보수 성향 유튜브 시사 채널 ‘신의 한 수’를 공격하려던 좌파 성향 네티즌들이 영상을 혼동해 댓글을 잘못 단 것이다. 이 댓글들을 단 주체가 네티즌이 아니라 기계를 동원한 매크로 프로그램이라는 지적도 있다. 무조건 방침에 따라 댓글을 다는 ‘부대’가 있을지도 모른다. 댓글 조작 혐의로 법정에 선 ‘드루킹 일당’ 잔당이다. 사람이 정치 평론 영상과 영화를 헷갈리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어 보인다. 진상은 차차 드러나겠지만,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10월 31일부터 다음 연예뉴스에 댓글창이 사라졌다. 악플로 인한 설리의 죽음이 계기가 됐다. 네이버도 지난해 10월 기사에 대한 댓글 제공 여부를 언론사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BBC나 가디언 등에는 댓글창이 아예 없다. 머지않아 포털 전체 뉴스의 댓글 폐지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뉴스 이용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는 것도 뉴스를 읽는 이유 중 하나이고,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댓글창은 여론이 모이는 공간이다. 기사와 댓글의 건전한 공존을 위한 ‘신의 한 수’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