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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마음 한마음

기사입력 | 2019-11-15 12:09

이기동 성균관대 명예교수·유교철학

현대인의 삶은 불행과 중독
욕심 채우려 하면 고통 계속

하늘과 이어진 우리들의 마음
전지전능 불구 능력발휘 못해

한마음서 나오는 한국인 향기
피폐해진 세상 따뜻하게 바꿔


지금 세상 사람들의 삶의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행과 중독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서구 근세 문화를 좇아가고 있다. 서구 근세 문화는 중세의 기독교를 부정하고 성립된 문화다. 기독교를 부정하면 하나님을 부정한다. 모든 사람을 하나로 이어주는 공통분모는 하나님이다. 하나님을 부정하면 사람들은 각각 남남이 된다. 서구 근세 문화가 개인주의에서 출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동양에도 하늘과 사람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것을 부정한 사상이 있었다. 천인(天人)분리사상을 주장한 순자의 사상이 그러하다. 하늘이 부정되면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체가 없어지므로 사람들은 각각 남남이 되고 만다. 사람이 모두 남남인 줄 알고 사는 사람은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하나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의 마음을 오직 이기심으로만 이해하기 때문에, 사람의 본성을 악한 것으로 보는 성악설을 주장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대부분 서구 근세 문화의 영향을 받아 사람의 마음을 이기적 욕심으로 판단한다. 사람의 마음을 욕심으로 본다면 욕심을 없앨 수도 없고 없애서도 안 된다. 사람의 삶은 욕심을 채우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욕심을 채우되 남과 다퉈 혼란해지지 않도록 규칙과 법을 지키면서 채워야 한다. 오늘날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의 방법이 법과 규칙을 지키는 것은 절제하는 것이다. 절제하면서 욕심을 채우는 삶은 일견 바람직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두 가지 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욕심을 채우기 위한 삶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이다. 사람이 욕심을 채우는 삶을 살면 결과는 욕심을 못 채우는 경우와 채우는 경우로 나뉜다. 욕심을 못 채우는 경우에는 바로 욕구불만의 고통을 받게 되지만, 욕심을 채우면 행복감을 느낀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이란 욕심을 채우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욕심을 채웠을 때 나타난다. 욕심을 채워 행복을 느끼는 순간 욕심이 훨씬 더 커져 버리기 때문에 다시 욕구불만에 빠진다. 그러므로 욕심을 채우는 삶을 살면 두 경우 모두 고통으로 끝난다.

욕심으로 사는 사람은 몸 중심으로 산다. 몸은 남과 분리돼 있으므로 욕심으로 사는 사람은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남들과 어울려도 하나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고독은 본질적이다. 몸을 중심으로 사는 사람은 자기의 몸이 지구상에 있는 70억 인구 중의 하나이므로, 자신이 70억분의 1에 불과하다. 너무나 왜소하기 때문에 부평초(浮萍草)처럼 흔들릴 수밖에 없다. 몸은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기 때문에 몸 중심으로 사는 사람은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욕심으로 사는 사람은 원초적으로 불행할 수밖에 없다.

둘째는, 법과 규칙을 지키는 삶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이다. 법과 규칙을 지키는 것은 절제하는 것이다. 사람의 절제력은 커지는 욕심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욕심이 커지는 만큼 절제력이 따라가지 못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 중독이다. 알코올·성·도박·게임 등에 중독된 사람도 중독자지만, 정상으로 보이는 일반인들도 대부분 돈·권력·명예 등에 중독돼 있다. 욕심에 중독돼 있는 사람은 욕심의 노예다. 노예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이 두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

현대인들이 고통을 받게 된 근본 원인은 마음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심은 본래의 마음이 아니다. 본래의 마음은 하늘 마음과 연결돼 있는 마음이고, 모든 사람이 다 함께 가지고 있는 하나의 마음이다.

하늘 마음이 전지전능하듯이, 사람의 본래 마음도 전지전능하다. 바닷물이 넘쳐 육지를 덮치면 코끼리들은 언덕으로 피신해 살아남지만 사람은 피하지 못하고 참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사람의 본래 마음이 욕심에 가려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물을 잘 비추는 거울도 먼지에 덮여 버리면 아무것도 비출 수 없듯이, 본래 마음이 아무리 전지전능하더라도 욕심에 덮여 버리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람이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욕심에 가려 본래 마음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의 구조를 제대로 안다면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저절로 찾아진다. 고통은 욕심에서 나오므로 욕심을 억제하고 본래의 마음을 회복하기만 하면 고통은 저절로 없어진다.

고통을 당하면 누구나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현대인들은 이미 많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쌓여 가는 스트레스로 인해 고통받고, 어쩔 수 없는 외로움에 시달리며, 왜소한 자기 모습에 풀이 죽어가고 있다.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는 근본 방법은 본래 마음을 회복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아직도 본래 마음을 조금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한국인들이다. 한국인들은 예로부터 사람들이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는 본질을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 ‘너’와 ‘내’가 하나로 이어져 있으므로 ‘너와 내가 함께 가지고 있는 한마음’을 좋아하고 ‘너와 내가 하나 되는 우리’를 강조한다.

한국 문화에는 한마음에서 배어 나오는 향기가 있다. 오늘날 세계인이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마음에서 나오는 한국인의 향기는 이제 피폐해진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바꿀 수 있다. 우리는 한가하게 서로 헐뜯으면서 어영부영 허송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우리에게 조금 남아 있는 한마음이 다 사라지기 전에 빨리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살고 세상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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