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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선거법, 밀어붙일 일 아니다

기사입력 | 2019-11-14 11:52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헌법엔 ‘지역구 중심’ 취지 명확
비례 급속 확대는 違憲 소지 커
의원數 증원은 국민 뜻 아니다

민의·헌법 거스른 법 개정보다
신뢰 받는 정치개혁 先行 필수
당리당략 앞서 국민 공감 중요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여야가 추진하고 있는 선거법 개정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 개정안에는 253개인 기존 지역구 의석을 225석으로 줄이고, 그 대신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75석으로 확대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즉, 현행 선거법상 국회의원 수의 상한선인 300명 범위에서 비례대표 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지역구 의원들이 전 국민을 위한 게 아니라 지역 주민만을 위한 정치를 하므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행 대의(代議)제도가 갖는 심각한 부작용이 무엇인지 충분히 공감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이 헌법 해석상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헌법은 제41조 제1항에서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은 지역구 의원 중심의 국회가 구성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보충적으로 지역구 선거제도가 갖는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이 정하는 방법에 따라 비례대표를 둘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헌법 제41조 제3항에서 ‘비례대표’에 대해서는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했기 때문에 국회가 선거법을 개정하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헌(違憲)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 비례대표 수를 과연 30% 이상 급격히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오히려 선거법 개정안이 헌법이 부여한 위임한계를 벗어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난달 27일에는 급기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에서 확대하는 그런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국회의원 수를 30명 늘려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심 대표가 최근 “국회의원 세비(연봉)의 30%에 해당하는 월 약 400만 원을 삭감해야 한다”면서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물론, 국회의원 숫자가 헌법에서 정한 200명 이상인 한 몇 명이 돼야 적정한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비용을 근거로 국회의원의 적정한 숫자를 논하는 것은 대의제 기관인 국회의 가치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최근 야당 소속 연구기관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국민은 여전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는 국회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신이 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치개혁이라는 명분만 가지고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주장은 국민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증원보다는 오히려 현행 국회의원 수를 10% 줄인 270명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에 국민의 호응이 더 큰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비례대표 확대 문제는 우리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대의제의 기본원칙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깊이 있는 논의를 거친 후 새롭게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구를 포함한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방안 역시 국민의 뜻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면 당연히 이 안 역시 국회가 서둘러서는 안 될 일이다. 물론,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이 국회가 일을 잘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굳이 비용을 언급하면서 증원에 반대하는 주장들은 힘을 잃을 것이다.

결국, 선거법 개정 논의는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한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선거법 개정보다는 각 당이 순기능을 할 수 있는 비례대표 선발 기준을 제시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지역구 의원 후보자 공천 방안을 제시하는 게 정치개혁을 위해 더 시급한 과제다. 당리당략의 차원을 넘어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대의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20대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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