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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연천과 강원 철원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일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ASF 바이러스가 생체의 멧돼지보다는 주로 폐사체 상태의 멧돼지에서 검출되고 있다. 그러나 방역당국이 ASF 농가발생 이전에는 민통선내 멧돼지 폐사체에 대한 예찰 활동을 하지 않은데다 멧돼지 폐사체에 대해 신고와 정밀검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지 않아 조기에 ASF 감염멧돼지를 발견하지 못하는 등 ASF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폐사한 지 2∼3개월된 백골화된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13일 경기도와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1일까지 전국에서 포획되거나 폐사체로 발견된 멧돼지 2476마리 (총기·포획틀·트랩 2008마리,폐사체 468마리)에 대해 ASF 검사를 실시한 결과 24마리(23건)에서 ASF 양성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 1월부터 9월 16일까지 접경지역에서 발견해 검사한 멧돼지 폐사체가 53마리에 불과하는 등 ASF 농가 발생 이전에 폐사체에 대한 검사가 소홀했거나 예찰활동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부패한 멧돼지 폐사체에 대한 조직 검사는 지난달초에서야 경기도 건의로 이뤄졌다.

ASF 감염 멧돼지는 지난 10월 2일 이후 연천 신서·왕징·장남과 파주 장단·군내·진동,철원 원남 민통선 내외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 및 폐사직전 멧돼지가 대부분이다. 살아있는 멧돼지의 경우 면역력이 강하고 바이러스 농도가 낮아 ASF 바이러스가 잘 검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철원군 원남면 진현리 포획틀에 잡힌 생체 멧돼지에서 ASF가 검출된 것이 유일하다. ASF 바이러스가 몸체 일부만 백골화된 폐사체(파주 장단·연천 와초·철원 원남)에서 발견됐지만 완전 백골화돼 뼈만 남거나 미라 상태로 변한 폐사체(연천 상리· 합수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해당 시·군들도 올해초부터 멧돼지 폐사체 발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총기·틀·트랩 포획에만 치중했다. 파주시가 발견한 멧돼지 폐사체는 농가 발생 이후에 25마리(포획 50마리)였지만 이전에는 4∼5마리(포획 61마리)에 불과했다. 연천군도 농가 발생 이후 멧돼지 폐사체 46마리(포획 63마리)를 발견했으나 이전에는 폐사체 9마리(포획 86마리)에 대해서만 검사를 의뢰했다. 뼈만 남은 폐사체는 검사하지도 않고 소각시켜 버리기도 했다. 경기도에서 농가 발생 이후 11일까지 검사한 멧돼지 1020마리 가운데 폐사체만 133마리(포획 843마리)에 달할 정도로 폐사체는 급증하고 있다.

철원군도 농가 발생 이전 13건에 불과했던 멧돼지 폐사체가 이후 40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농가 발생 이전에 발견된 폐사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에 인계했으나 일부는 시료를 채취하지 않은채 매몰, 잔존 처리했다. 최근 원남면에서는 백골화된 ASF양성 폐사체가 2마리나 발견됐다. 백골화된 멧돼지들이 오래전에 폐사하고 민통선 곳곳에 방치돼 있었으나 ASF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민통선지역에서 많은 멧돼지 폐사체를 조기에 발견해 검사했더라면 좀 더 일찍 멧돼지의 ASF 감염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오명근·철원=이성현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