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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때 공기속 떠다니는 ‘기름방울’… 건강 위협 ‘침묵의 살인자’

김성훈1 기자 | 2019-11-13 11:43

한국환경공단 소속 검사원 2명이 지난 11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의 한 주유소에서 유증기 회수설비의 배관압력 감쇄 및 누설 검사를 하고 있다. 환경공단에 따르면 회수설비 설치 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저감 효과로 지난해 유발된 경제적 이익은 114억9100만 원에 달했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한국환경공단 소속 검사원 2명이 지난 11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의 한 주유소에서 유증기 회수설비의 배관압력 감쇄 및 누설 검사를 하고 있다. 환경공단에 따르면 회수설비 설치 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저감 효과로 지난해 유발된 경제적 이익은 114억9100만 원에 달했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 유증기 안전점검 현장르포

벤젠·톨루엔 발암물질 포함
흡입땐 구토·어지러움 증세
폭발이나 화재 유발할수도

유증기회수시설 주유소 설치
유류 하역·자동차 주유 과정
발생하는 유증기 탱크로 회수
전국 설치율은 40%에 그쳐
내년까지 900여개 추가키로


지난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의 한 주유소. 마스크와 안전모를 착용한 한국환경공단 소속 2인조 검사원들이 쌀 한 가마니 무게 남짓 되는 휴대용 연료탱크를 주유 노즐에 연결했다. 검사원 중 1명이 계량기 눈금을 영점 조절한 뒤, 곧장 휘발유 2ℓ를 연료탱크에 주유하자 매캐한 기름 냄새로 코끝이 찡해졌다. 검사 현장을 총괄 지휘한 강혜진 환경공단 수도권동부지역본부 환경관리처 유해대기관리부 부장은 “불쾌한 냄새는 공기 중에 떠도는 기름인 유증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주유 직후 유량계를 확인한 검사원 중 한 명이 계량 값을 부르자 다른 한 명이 그대로 차트에 받아적었다. 검사원들은 곧바로 17ℓ가량의 휘발유를 추가로 연료탱크에 주유한 뒤 같은 방식으로 측정을 이어갔다. 강 부장은 “해당 검사는 주유 시 유증기가 얼마나 대기로 새어 나오는지를 측정해 주유소에 설치된 유증기 회수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라면서 “이를 ‘유증기 회수율’이라고 하는데, 0.88∼1.20의 적정범위 내에 들면 정상 작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공단에 따르면 유증기는 점화 시 연소 속도가 빠르고, 열 방출량이 커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인화성 물질로 분류된다. 지난해 10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탱크 대형 화재도 스리랑카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가 인근 터널 공사 현장에서 날린 풍등(風燈)이 저유탱크에서 흘러나온 유증기를 통해 내부로 옮겨붙으면서 발생했다.

유증기는 특히 ‘침묵의 살인자’로도 불린다. 인체에 해를 끼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로 벤젠, 톨루엔 등 1급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독성이 있어 현기증·마취작용·암·빈혈 등을 유발하거나 중추신경을 마비시킨다. 또 대기 중에서는 광화학반응이 일어나 오존을 발생시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지난 5월 충남 서산시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와 인근 주민 등 3600여 명이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로 병원을 찾은 것도 대량으로 유출된 유증기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환경공단이 주유소에 설치된 회수설비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수설비는 쉽게 말해 기체로 변한 기름을 다시 액체로 만들어 유증기가 실외로 떠돌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주유소 지하저장탱크에서 자동차에 휘발유를 공급할 때 발생하는 유증기를 탱크로 다시 회수, 액화 상태로 만들어 대기 중 유출을 최소화한다.

설치지점에 따라 가솔린 운반차량에서 주유소 지하탱크에 유류를 하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증기를 회수하는 스테이지Ⅰ, 자동차 주유 중 발생하는 유증기를 주유기에서 회수하는 스테이지Ⅱ로 분류된다. 정수희 환경공단 대기환경처 대기정책지원부 과장은 “회수설비가 설치된 주유소는 위해성 물질이 감소해 대기환경이 개선되고 운전자와 주유원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며 “공단은 적정설치 및 가동 여부 확인을 담당하고, 환경부가 관련 비용 일체를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유증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도시 등 인구밀집 지역에 주로 위치하는 주유소를 생활 주변 오염원으로 보고 회수설비 설치 의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환경정책기본법 제38조 등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대기환경규제지역인 서울·경기 등 수도권, 부산·대구·광양만 권역 3229개 주유소에 회수설비 설치를 완료했다.

그러나 아직 전국 주유소의 40%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정부는 대전·광주 등 인구 50만 명 이상 10개 도시를 VOCs 배출규제 추가지역으로 설정, 내년 연말까지 대상 지역 주유소에 회수설비 900여 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정 과장은 “회수설비 미설치 주유소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검사를 미실시한 경우는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면서 “환경부와 함께 공단이 해당 지역 주유소들의 설치를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공단은 최근 회수설비를 설치한 주유소가 자율 검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유증기 회수설비 검사 관리시스템’ 홈페이지(www.vrs.or.kr)를 개설했다. 검사 대상 주유소는 시스템에 접속해 회원가입 후 검사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조강희 환경공단 기후대기본부장은 “유증기 회수설비 유지관리 노하우를 주유소와 공유하겠다”며 “취약주유소 기술지원도 강화해 대기질 개선 및 국민건강 보호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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