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訪韓 앞두고 방위비 압박

“한·일 부자인데 왜 방어하나
전형적인 미국인들의 질문”
펜타곤 홈피에 ‘印太순방 글’

‘지소미아 유지’ 압박도 병행
“한·일 갈등땐 북·중만 이익”

미국 합참의장이 주한미군 비용 문제를 언급하면서 미국 대중의 시각을 거론하는 식으로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압박을 높여갔다. 방위비 인상 요구가 단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개인 차원이 아닌 미국민 차원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 방어를 위해 미국이 제공한 군사적 자원과 능력 등 사용한 비용을 한국으로부터 정산받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는 분석이다.

11일 미 국방부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합참의장이 미국의 전략적 사고를 갖고 인도·태평양지역을 방문한다’라는 제목의 자료에 따르면 마크 밀리(사진) 합참의장은 주한·주일 미군 주둔 필요성과 비용에 대해 ‘보통의(average) 미국인’ ‘전형적인(main street) 미국인’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 같이 부유한 나라들을 방어하기 위해 왜 미국이 인명과 재산을 희생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한국이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주한미군 주둔비 외에 미국이 사용한 군사활동 및 유지비 등에 대한 부담을 져야 함을 암시한 셈이다. 특히 밀리 의장의 발언은 자신의 한·일 연쇄 방문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의 방한과 맞물린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미군 수뇌부가 방위비 분담금 압박 전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은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 한국 방어와 관련해 제공하는 미사일 방어시스템 등 군사적 자원, 유지비 등을 한국에 건별로 청구해 받는 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은 이러한 비용을 정산하기 위해 한국 측에 관련 문제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 측은 SMA에 규정된 인건비와 군사건설비, 군사지원비 외에 비용요구는 수용이 불가능하고, 국회를 설득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시 중이다.

또 밀리 의장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는 북한과 중국에만 이익이 되는 결정이라고 지적해 사실상 연장 결정을 요구했다. 밀리 의장은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국익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고 밝힌 점을 의식한 듯 “모든 나라는 자국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고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라면서도 “한국과 일본은 국가안보에 있어 공동의 이익을 가지고 있다. 양국은 북한과 중국의 공격과 도발, 위협을 막기 위해 협력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연장이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국가안보에도 이익이 된다는 얘기다. 밀리 의장은 한·일 간의 갈등이 한·미·일 3각 공조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해결돼야 함을 언급해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밀리 의장은 “그들(한·일)은 공동의 안보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갈라졌을 때보다 함께할 때 더 강해질 것이다”며 “우리 셋(한·미·일)이 매우 긴밀하게 보조를 맞추는 것이 우리의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