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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지난 5일 뉴질랜드 의회에서 녹색당 소속의 클로에 스와브릭(25) 의원은 기후변화를 외면해온 기성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었다. 의석에 앉아 있던 나이 든 의원들이 연설이 거슬렸는지 야유를 보내자 스와브릭 의원은 “됐네요, 부머(OK, boomer)”라고 무시하며 연설을 이어갔다. 이 동영상은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미국에서 젊은 세대를 나약해 쉽게 녹는다며 ‘눈송이’(snowflakes) 세대라고 비판해온 베이비부머들은 이제 젊은이들에게 잔소리할 때마다 ‘오케이 부머’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조언이 귀찮다는 듯 ‘알았으니 이제 그만해’ 정도의 의미를 가진 이 말은 현재 틱톡과 스냅챗 등 SNS상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부터 1965년 사이 태어나 사회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이 뭐라고 할 때마다 10∼20대 젊은이들이 하는 말대꾸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상황에 지친 수백만 명의 아이를 위한 슬로건’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6·25전쟁 이후인 1955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세대다. ‘꼰대’ 세대와 ‘586세대’의 중간이면서 양쪽에 걸쳐 있다. 2030세대는 두 세대 모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특히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586세대, 즉 1960년대 출생에 80년대 대학 학번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놓고 이를 유지하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기득권이라는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의 부인과 동생, 5촌 조카가 모두 구속된 마당에 여전히 “합법적 제도 속의 불공정”이라고 강변하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유(類)의 억지가 ‘오케이 부머’ 비아냥을 들을 만하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에 당선된 586세대는 전체 당선자의 44%인데, 4년 전 19대 때도 33%나 차지할 정도로 이들의 장기집권은 계속되고 있다. 40대 이하 국회의원의 비중을 보면 덴마크는 41%, 핀란드 36% 등 유럽이 높고 이웃 일본만 해도 8.4%이다. 한국 국회는 고작 3명뿐이다. 정치권에 진입하려는 젊은 세대가 자신의 힘이 아닌 586의 홍위병 역할을 하며 발탁되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 정치 자산을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기득권 세력의 아류 세대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