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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듀X 사태와 公正 구하기

최현미 기자 | 2019-11-08 11:23

최현미 문화부장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로 ‘공정’이 강력한 공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또다시 우리 사회 공정의 현주소를 묻는 사건이 터졌다. ‘국민 프로듀서’ ‘국민 오디션’에서 ‘대국민 사기극’으로 전락한 Mnet의 ‘프로듀스 X 101’(프듀 X) 투표 조작 사건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총괄 PD와 담당 PD가 구속되고, 이들이 프듀 X뿐만 아니라 전 시즌인 ‘프듀 48’의 투표 조작도 인정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공정’이라는 단어를 직접 내걸지 않았지만, 조 전 장관 사태 와중에 비로소 극명하게 드러난 공정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감각적으로 캐치한 프로그램이었다. 실력만 있다면 당신을 알아봐 줄 것이라는 공정을 향한 열망을 만족시키며 대중의 마음을 얻었다. 과정을 명백히 알 수 없는 대학 입시나 취업과 달리 내가 왜 선택됐는지, 떨어졌다면 무엇이 부족해 떨어졌는지 알려주는 듯했다. 그렇게 출연자는 공정한 기회를 거쳐서 성장해 갔고 시청자는 공개된 과정을 지켜보면서 함께 좌절하고 함께 성취감을 느끼며 공정을 대리 만족했다. 그러고 보면 공정을 향한 대중의 감각은 정치나 사회 제도권보다 훨씬 빨리 달아올라 공정을 마중 나간 셈이었다. 하지만 공정의 핵심인 경쟁의 규칙은 거짓이고 조작이었다. 하루에 몇 시간씩 연습실에서 피땀 흘리며 재능을 꽃피우고 인정받고 싶은 아이들의 꿈을 볼모로 잡고 벌인 사기극이었다. 이는 단순한 한 사건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다. ‘역시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오게 한다. 사태의 현명한 해결이 필요한 이유다.

제작진과 연예기획사를 고소·고발한 진상규명위원회는 지금이라도로 데이터와 정당한 순위를 공개할 것과 방송사가 데뷔 그룹과 제작진 뒤에 숨지 말고 마땅한 책임을 지라고, 더 이상 시청자와 데뷔 그룹, 그리고 연습생들에게 상처 주지 않길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이 안에 일정한 해답이 들어 있다. 엄청난 파란이 예상되지만 원 데이터와 정당한 순위를 공개해야 한다. 모두에게 아픈 일이지만 순위 조작으로 탈락한 연습생이 누구인지 밝히고, 사실 당신의 실력은 매우 훌륭했다고 이야기해줘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 모두는 ‘불공정’이 한 개인의 구체적인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그 피해자를 알 수 없었던 숱한 입시비리, 취업비리와 다른 지점이다. 과정이 공개되는 오디션이라는 형식 덕분에 우리는 이 불행한 사건에서 특별한 공적 학습의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다.

다만 프듀 X의 순위조작은 방송사와 기획사의 죄이니 데뷔한 멤버 개인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란다. 이들이 겪을 격렬한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생각해보면 이들 역시 마음 아픈 피해자이다. 수사와는 별개로 어떻게 활동하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탈락한 아이들에게 기회를 줄지, 문자투표 환불은 어떻게 할지를 포함해 공정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연히 방송사가 책임지고 만들어내야만 하는 일이다. 제작자 몇 명에게 책임 지우는 꼬리 자르기 식은 안 된다. 슬쩍 넘어가기엔 국민이 프로듀서인 사건이다. 공정의 룰을 깬 비리 속에서 공정의 현명한 해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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