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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문사모’

기사입력 | 2019-11-08 11:24

김병직 논설위원

낡고 오래된 아파트를 허물고 새 아파트로 재건축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지방자치단체의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서 재건축 안전진단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된다. 서울 내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3곳 중 1곳(132곳)이 박원순 시장 임기 동안 지정해제 됐다. 수도관이 낡아 녹물이 나오고, 이중 삼중 주차로 불편하더라도 무너질 우려만 없다면 그냥 살라는 의미다. 1988년 지어진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최근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하는 등 시장이 주시하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바늘구멍 통과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강남구에는 전국 자치구 중 가장 많은 7만3590개의 기업 본사가 몰려 있다. 강남구는 교육 서비스업체 수도 3718개로 1위고, 거주자 평균 급여도 가장 높다. 서초·송파구도 각 부문 2∼4위다. 이처럼 좋은 생활여건을 바탕으로 돈과 사람이 몰리는 강남권에서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은 건 당연하다. 그런데 겹겹이 규제로 새로운 아파트 공급을 꽁꽁 틀어막고 있으니 아파트값이 치솟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를 보다 못한 정부가 6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 지역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었다. 27개 동(洞) 가운데 20개가 강남 3구인 것을 보면 ‘강남과의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여실히 읽힌다. 정부가 워낙 으름장을 놓다 보니 ‘잠깐 효과’는 있겠지만, 결국 이들 지역 집값은 다시 뛰고 정부는 또 다른 대책을 내놓는 ‘두더지 잡기’식 게임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장은 서울 집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강남 3구를 버블세븐 지역으로 지정해 두들겼다가 집값을 더 치솟게 했던 역설(逆說)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교육부가 7일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등을 2025년부터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자 잊혔던 ‘강남 8학군’ 가치가 다시 살아나면서 강남 집값이 더 들썩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최근 강남에 ‘문사모’가 속속 결성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집값을 치솟게 해줘) ‘문재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임’ 약칭이란다. 정부의 핵심 정책이 시장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현실은 국가적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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