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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직장 소재’ 작품들…‘먹고사니즘’의 민낯, 일터를 쓰는 작가들

정진영 기자 | 2019-11-08 11:36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염기원 ‘구디 얀다르크’
김의경 ‘콜센터’등 작품들
실제경험 토대로 생생 묘사

장강명 소설집 ‘산 자들’
김혜진 장편 ‘9번의 일’
배지영 ‘근린 생활자’등
부조리한 노동현장에 주목


대한민국 일반 성인이라면 누구나 일을 하고, 직장에서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함께 일하는 동료는 가족보다 더 자주 마주치는 사이다. 세상에 먹고사는 일보다 치열한 일은 드물다. 극심한 취업난도, 힘들어도 억지로 직장에서 버티는 이유도 먹고살기 위함 때문이 아닌가. 일에는 생존 문제와 사회 문제가 뒤섞여 있다.

웹툰과 드라마로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생’은 작품 내용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며 공감한 사람들이 많았던 덕분에 성공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본격화에 따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문학계에서도 신인과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일과 직장을 주제로 다룬 소설 창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 작가로 변신한 직장인들 = 최근 들어 눈에 띄는 현상은 직장인 출신 작가의 잇따른 등장이다.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창비)은 작가 본인이 정보통신(IT)업계에 몸담았던 경험을 녹인 직장인 생활밀착형 이야기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장 작가는 지난해 판교 테크노밸리를 배경으로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받아도 견디는 직장인을 그린 등단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소설집은 매사에 계산기를 두드리면서도 끝내 상대방을 향한 연민을 버리지 못하는 인물들을 통해 소통과 연대의 중요성을 무겁지 않게 보여준다.

오랫동안 IT업계에 몸담았던 염기원 작가의 ‘구디 얀다르크’(은행나무)는 구로 디지털단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 염 작가는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이 하는 IT업계 직장인들, 대기업·스타트업과 협력업체·하청업체 등의 구조로 얽히고설킨 불안정한 업무 환경, 상하관계를 빌미로 벌어지는 성추행 등 업계의 이면을 세밀하게 비추며 한국 사회에서 희망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김의경 작가의 ‘콜센터’(광화문글방)는 피자 배달 주문 전화를 받는 콜센터를 배경으로 감정노동 종사자의 실태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과거에 실제로 콜센터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콜센터의 내부 풍경과 감정노동의 현실, 근로자들의 영혼을 갉아먹는 ‘블랙컨슈머’들의 실태 등을 생생하게 그린다.

이랑 작가의 소설집 ‘오리이름 정하기’(위즈덤하우스)는 극본, 스탠딩 대본, 단편소설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을 통해 사회에서 끄트머리로 밀려나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예술을 노동으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일침을 가한다. 싱어송라이터·작가·만화가·영화감독 등 다양한 타이틀을 가진 이랑 작가는 자신을 ‘자영업자’라고 부르며 예술이란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 직장서 소재 찾는 젊은 작가들 = 젊은 작가들도 일과 직장에 주목하고 있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집 ‘산 자들’(민음사)은 청춘들의 고된 취업 과정, 직장에 매달려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근로자, 이윤에만 몰두하는 사용자 등을 묘사하며 선악과 피아, 갑을이 구분되지 않는 노동현장의 살풍경을 살핀다. 장 작가는 부조리의 원인이 무엇인지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들여다보며, 공감과 이해의 중요성을 전한다.

김혜진 작가의 장편소설 ‘9번의 일’(한겨레출판)은 권고사직을 거부한 채 회사에 남아 계속 일을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통신회사 노조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일상을 지켜봤다는 김 작가는 약자가 어떻게 자본으로부터 배제되고 추방당하는지 밝힌다.

배지영 작가의 소설집 ‘근린생활자’(한겨레출판)는 엘리베이터 수리 기사, 태극기 부대 할아버지, 하청업체 근로자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비정규 인생의 단면을 다룬다. 이를 통해 배 작가는 먹고살기 위해 노력해도 절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 전문적이고 고된 일을 하고 있음에도 야박한 대가와 어처구니없는 노동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드러낸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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