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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선동’ 국민 기만극이다

기사입력 | 2019-11-07 11:35

하창우 前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변협의 ‘검사평가사례집’ 보면
검찰개혁 첫 과제는 下命수사
권력이 검찰을 부하 삼는 惡習

공수처는 개혁에 되레 걸림돌
조국 일가 수사 불가능했을 것
세계에 유례없는 獨裁의 수단


1987년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항쟁으로 쟁취한 대한민국 헌법이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피 흘려 얻은 민주주의가 집권 세력의 장기 집권 야욕에 독재(獨裁)로 회귀할지 모를 시련에 처한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헌법의 근간을 무력화할 수 있는 위험한 법률이다. 공수처는 헌법에 근거가 없는 데도 헌법의 수사기구인 검찰을 조사하는 상위 기구로 만들어 태생부터 위헌성을 안고 있다.

현 집권 세력은 이런 위헌성을 무시하고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강행하려 한다. 공수처를 만들면 과연 검찰을 개혁할 수 있을까.

검찰의 수사 행태를 보면 무엇을 개혁해야 할지 알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2016년부터 해마다 발간하고 있는 ‘검사평가사례집’에 수사 실태가 생생히 드러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하명(下命) 수사다. 권력이 검찰을 부하처럼 부리는 악습(惡習)은 이 정권도 못 고치고 있다. 대통령이 검찰에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을 엄정히 사법처리하라고 지시한 것이 그 예(例)다. 검찰에 전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라고 주문한 것도 마찬가지다. 다른 유형은 강압 수사와 인권침해 수사다. 수사 도중에 자살하는 피의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은 검사의 압박과 회유와 모욕 주기가 여전하다는 증거다. 또 하나의 유형은 권한남용 수사다. 수사를 해도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다른 혐의를 캐내는 이른바 별건 수사, 먼지 떨기 수사를 말한다.

검찰의 이런 수사는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 하지만 개혁의 방향은 달라야 한다. 별건 수사는 금지하고, 수집한 증거를 무효화하는 방법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 해결할 수 있다. 강압 수사와 인권침해 수사도 해당 검사를 직권남용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형법에 새로 마련하면 된다. 하명 수사가 가장 해결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의 임명권을 쥐고 있어 검찰이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확보하려면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을 제한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처럼 검찰총장과 검사장을 선출직으로 전환하고 대통령은 형식적인 임명권만 가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개입하는 건 불가능하다. 검찰의 권한이 막강한 게 이유라면 수사권 조정을 통해 권한을 축소하면 된다. 공수처는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기구가 아니다.

오히려 공수처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이첩받을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 검찰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조국 사태에서 집권 세력이 검찰에 대해 “조용히 수사하라” “검찰은 성찰해야 한다” “검찰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전방위로 압박하는 것을 목격했다. 공수처가 있었다면 사건을 이첩받아 뭉갰을 것이다.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불러 말 안 듣는 검찰총장을 조사하라고 지시할 가능성도 있다.

더 심각한 폐단은 공수처가 판사를 조사하는 상설기구라는 점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해서 심판하며, 탄핵 또는 금고 이상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당하지 않도록 재판의 독립과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판사가 비리를 저질렀다면 그때 조사하면 되는 것이지, 신분이 판사라는 이유로 조사하는 상설기구를 만드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리에 어긋난다. 권력의 의중에 어긋난 재판을 한 판사를 시민단체가 고발하면 공수처가 그 판사를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로 조사할 수 있다. 판사마저 권력의 입맛에 길들게 될 것이다. 사법부를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또, 공수처가 설치되면 판검사의 비리 정보를 입수한다는 구실로 판검사 사찰 기구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대법원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만든 장본인이고, 법원 요직은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에 관여한 판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진보 성향의 재판관이 압도적으로 많게 구성돼 있다. 이런 구조에서 공수처를 만든다면 대통령이 모든 사법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 집권 세력의 의도대로 사법기관이 운영된다면 과거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던 독재정권이 등장할 것이다. 자유와 인권은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를 둔 민주국가는 없다. 검찰 개혁을 내걸고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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