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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82년생 김지영’ 인기분석

1. 확 꽂히는 대사 - “너 하고픈 거 다해”
2. 평범한 캐릭터 - 우리시대 아내·남편
3. 이해와 화합 - 악인은 없고 사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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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사진)이 개봉 전 ‘평점 테러’에도 불구하고 막상 ‘뚜껑’을 열자 순조롭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무비판적 여성 혐오와 남성의 몰이해를 몰아낸 ‘공감의 입소문’이 원동력으로 풀이된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29일까지 7일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누적 관객은 141만 1220명으로 31일쯤 손익분기점인 160만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혹평과 비난에 비해 눈에 띄는 성적이다.

흥행의 첫 번째 원동력은 공감 100%의 대사에 있다. 영화 속에서 지영(정유미)의 친정엄마(김미경)가 이상증세를 보이는 딸에게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하는 장면은 이미 명장면, 명대사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들만 편애하는 남편 들으라고 딸에게 “나대. 가만히 있지 말고 나대”라고 하거나, 친정엄마로 빙의된 지영이 시어머니에게 “사부인, 저도 제 딸 보고 싶어요”라고 할 때는 조용히 눈물을 찍어내는 관객이 많다. 지영과 친정엄마, 시어머니 안에 대한민국 평범한 여성들의 모습이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너 하고픈 거 다 해’라는 엄마의 대사에 상영관 안의 모든 사람이 함께 울었다” “딸이 보고 싶어지는 영화” “영화 속 지영이를 따라 그의 어린 딸 아영이 살아갈 세상은 좀 더 따뜻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느껴졌다” 등의 공감을 드러냈다.

두 번째는 지영의 남편 대현(공유)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다. 정유미나 김미경에 대한 공감은 말할 것도 없이 보편적인 한국 남편과 보통 남자를 대변하는 대현이 생각 외로 담담하게 그려져 더욱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를 보기 전엔 “남편이 공유인데 뭐가 불만인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지만 관객들은 공유의 절제되고 차분한 연기가 사실감을 더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만약 공유가 빛나는 외모만큼이나 완벽한 남편, 반대로 아내의 마음도 몰라주는 ‘마마보이’에 그쳤다면 거슬렸을 테지만 부부 역할, 가족의 일상생활 속 시대의 변화를 어느 정도 수용한 남성으로 그려진 것이 훨씬 현실감을 높였다. 이는 원작소설에 비해 남편의 비중이 영화에서 훨씬 커진 것과도 연관된다. 남성 관객들은 “우리 시대 어머니이자 아내이고 딸인 여성과 그 곁의 남성을 아우르는 우리의 안타까운 이야기” “무슨 젠더 논쟁인가. 머지않아 우리 딸들은 분명 다른 환경에 살게 되리라” “아내와 함께 관람했는데 좀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갈등과 대립보다는 이해와 화합에 초점을 맞춘 것도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힘이다. 영화는 여성과 남성,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직장인과 주부 등을 대립적, 적대적으로 그리지 않았으며 어느 한쪽을 위해 다른 한쪽을 ‘악인’으로 몰아가지도 않는다. 누구나 충분히 저마다의 사연과 이유가 있다. 지영을 꾸짖는 시어머니가 야속하지만 아들에 대한 걱정일 뿐 며느리에게 지독하게 구는 것은 아니다. 아들이 단팥빵을 좋아하는 걸 딸이 좋아한다고 믿고 있는 친정아버지가 가부장적으로 보이지만 위선자나 독재자는 아니다. 성(性)별, 세대별로 각자가 속한 자리를 현실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게 만든다.

결국 대립과 갈등이 심한 요즘 사회 분위기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이 영화가 지닌 최고의 미덕이다. 정유미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우리 엄마는 물론 큰엄마, 고모, 친구 엄마, 육아하는 친구들까지 생각났다”면서 “성별과 세대를 떠나서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 따라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구·김구철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