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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지난 며칠 사이 교육과 관련된 두 가지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인헌고의 교사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주입하려 해 온 것과,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대학 신입생 선발에서 정시 확대를 주문한 것이다. 언뜻 이 둘은 별개의 사안으로 보이지만, 시기적으로나 내용상으로나 양자는 조국 사태와 연관돼 있다.

많은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인헌고 사건의 경우, 교사들이 ‘조국과 관련된 뉴스는 모두 가짜다. 가짜 뉴스를 믿는 사람은 개나 돼지다’라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거의 강요하다시피 했다는 점에서, 조국의 합리화 또는 비호가 그 중요한 목적이 아니었나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유발한다. 이는 힘을 가진 교사들이 약자인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사견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이른바 ‘갑질’이자 미성년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그래서 전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는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적 이념의 주입을 비(非)윤리적이고 반(反)교육적인 것으로 규정, 학교교육에서 금지하고 있다.

한편, 지난 22일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언급된 정시 위주의 대학 신입생 선발 정책은 인헌고 사건과는 성격이나 파급력의 면에서 판이(判異)한 것이다. 사실 정시 확대가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조국 자녀의 진학과 관련된 온갖 의혹이 제기되던 지난달에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직전이었다. 문 대통령은 출국 직전에 대학의 신입생 선발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해당 정부 부서인 교육부는 매우 당황한 듯 보였고, 일부 대학들을 대상으로 신입생 선발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대학 선발 제도의 부조리를 부각시킴으로써 조국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그리고 이러한 의심은 지난 22일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정시 선발의 확대를 재차 강조함으로써 더욱 증폭되고 있다. 사실, 정시 위주의 신입생 선발은, 과도한 스펙 쌓기라는 수시 선발의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으로 다수의 교육 전문가들과 학부모들에 의해 줄기차게 요구돼 왔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주문이 현실과 괴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정시 확대 없이 기존의 틀을 유지·보완하겠다던 교육부가, 바로 다음 날 대통령의 한마디에 ‘이제까지의 교육부 입장과 대통령의 지시가 일치한다’며 변명하고 나선 데 있다. 정치적으로 임명된 장관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교육부 직업관료들은 자신들의 전문적 판단을 바탕으로 정책을 입안·추진하고, 경우에 따라 대통령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만일 교육 전문가도 아닌 대통령의 정시 확대라는 생각에 이제야 동의한다면, 정권 출범 2년 반이 다 된 지금까지 그들은 수시 선발의 문제점을 몰랐거나 알고도 무시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는 무능이거나 직무유기 중 하나 아닌가.

끝으로,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에 주요 교육정책의 방향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모습은 선진 민주국가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매우 부적절한 행태다. 그리고 조국 사태의 후유증이 교육계에서 지속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국론분열’을 탓하기에 앞서 결자해지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교육 당국은 능동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직무에 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