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성장률 6%선을 지키는 ‘바오류(保六)’에 사력을 다하듯, 한국에 ‘성장률 2%’는 심리적 마지노선임은 물론 경제 침체를 막을 실질적 최소 성장률로도 인식된다. 실제로 산업화 개막 이후, 1980년 2차 석유파동(-1.7%), 1998년 외환위기(-5.5%), 2009년 금융위기(0.8%) 등 3차례를 제외하면 2%에 못 미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2% 성장’ 붕괴를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지표가 공개됐다.

한국은행의 24일 발표에 따르면, 올 3분기 성장률은 전기대비 0.4%에 그쳤다. 기업의 어닝쇼크 같은 ‘성장률 쇼크’다. 4분기 성장률이 1%는 돼야 올해 연간 2% 성장률이 가능한데, 통계 조작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소비가 0.1% 증가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건설투자는 5.2%나 급감했다고 하니 민간경제 위축의 심각성을 실감케 한다. 그런데 정부는 산업 구조개혁이나 노동생산성 및 경쟁력 강화 등 근원적 처방보다 돈만 풀어 ‘정부 소비’로 버텨 보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 연설에서 “확장 예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고, 정부 각 부처에는 재정집행을 가속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상태다. 공공 발주 건물이 지어지기도 전에 돈을 지급하라고 정부가 압박하는 코미디 같은 일까지 벌어진다. 올해보다 9.3% 늘려 편성한 정부 내년 슈퍼 예산안에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주는 사업 규모가 3조 원에서 28조 원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움직임들이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겨냥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19년 전체 성장률 잠정치는 내년 3월 초 발표된다.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이다. 만약 ‘1%대 성장률’로 나타난다면 경제 실패의 상징적 수치가 될 것이다. 4분기 성장률을 어떻게든 1% 이상으로 만들어내든지, 만약 실패하면 내년 초에 현금 살포 정책을 마구잡이 시행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 정치가 경제를 흔들면, 경제는 무너진다. 문 대통령 국회 연설 이튿날 열린 토론회에서 국책연구기관 참석자들조차 “구조개혁이 수반되지 않은 재정 확대는 국가부채 수준만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를 살릴 정도(正道)를 외면한 채 돈을 풀어 국민 눈속임을 하려는 사도(邪道)는 국가 재앙을 더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