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대통령 주재로 열려
“사정기관 장악 의도” 우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두고 미묘한 긴장 관계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는 31일 ‘공정사회를 위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만난다. 문 대통령과 윤 검찰총장의 만남은 지난 7월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준 이후 3개월 만이다. 집권 중반기에 접어든 문 대통령이 ‘공정’을 화두로 사정기관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집권 세력을 향한 사정기관의 칼을 무뎌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31일 문 대통령 주재로 다섯 번째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연다”고 밝혔다. 집권 초기 적폐 청산을 염두에 두고 꾸렸던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공정 사회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개혁 기구로 개편한 것이다. 협의회 의장은 문 대통령이 맡고, 법무·행정안전부 장관,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사정기관장들이 참석한다. 조 전 장관 수사를 두고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었던 문 대통령과 윤 총장도 지난 7월 25일 윤 총장이 임명된 뒤 처음으로 만나게 됐다. 회의는 6개월 단위로 열렸으나 지난 22일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경제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밝힌 이후 4개월 만에 열리게 됐다.

하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최근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문 대통령이 ‘개혁’을 강조하며 주요 사정기관장들을 불러 모으는 게 결국 사정기관에 대한 장악력 확대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말이 좋아 공정개혁이지 결국 적폐청산처럼 또 다른 칼을 휘두르겠다는 뜻이 아닌지 지켜보고 있다”며 “특히 사정기관장들을 모아놓고 개혁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를 치지 말고 다른 ‘나쁜 놈’들을 치라는 뜻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