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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蘇·中과 수교, 10년 전부터 준비한 외교의 큰 산”

기사입력 | 2019-10-22 12:08

고 노신영 전 총리가 1986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방한 당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노신영 전 총리가 1986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방한 당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신영 전 국무총리 별세

반기문 전 유엔총장 추도사
“직업외교관 제도 반석에 올려
서울올림픽 유치에도 큰 공”


한국 외교의 큰 별이 졌습니다.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서거를 국민과 함께 애도하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한국 외교의 기반을 구축한 김용식 장관, 김동조 장관, 최규하 대통령이라는 외교부 3대 산맥을 이은 또 다른 큰 산이셨습니다. 외무부 장관 시절 제정한 외무공무원법은 직업외교관 제도를 튼튼한 반석에 올리는 데 큰 기여를 하셨고, 이 나라를 세계의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진입하게 한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에도 공이 큰 분입니다.

저에게 고인은 외교부 선배를 넘어 스승 같은 분이었습니다. 오늘날 외교관, 공직자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조금이라도 내세울 점이 있다면, 대부분은 고인 덕분입니다. 고인은 공적으로는 몹시 엄격했지만 사적으로는 부하 직원들에게 아주 자상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엄친의 모습과 동시에 자당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고인과의 인연은 제가 외교부에 들어간 1970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직속 상사로 모신 것만 해도 10년에 이릅니다. 그러다 보니 기억에 남는 것이 참 많습니다.

무엇보다 시대를 내다보는 특별한 혜안이 잊히질 않습니다. 고인께서 1980년에 외무부 장관이 돼 외무부의 모든 과장을 불러 “앞으로 10년 이내에 소련, 중공과 수교를 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어와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많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니 둘 중 하나를 택일해서 의무적으로 익히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정확히 10년 후 우리나라는 소련과 수교했고 다시 2년 뒤에는 중국과 수교했습니다. 전율이 일어날 만큼 정확한 예측이었고, 지금도 이런 예지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경탄할 뿐입니다.

한국 외교의 큰 산이자 스승 같은 분의 서거에 슬픔을 누를 길이 없습니다. 남은 자들이 고인의 유산을 물려받아 더 아름답게 만들자고 다짐할 따름입니다. 삼가 편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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