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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경 경제산업부 차장

최근 악재가 겹치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언론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슈 가운데 하나인 ‘조국 사태’와 해외금리 연계 파생 결합상품(DLS·DLF) 대량 손실 사건을 들여다보면 사건 한복판에 사모펀드가 콕 박혀 있다. 정치권 등에선 금융 당국에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연루 사모펀드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촉구하는가 하면 은행에서 위험도 높은 금융 파생상품 판매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조치까지 겹치면서 사모펀드 신뢰성은 더욱 훼손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 사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조 장관 일가족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엄정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 일변도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여윳돈이 있는 소수 사람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투자자 동의 아래 일정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한다. 금융 당국에서 조국 펀드 관련 조사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모습을 보이는 주요 원인으로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탓도 있을 것이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투자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어 규제를 최소화한 것이 바로 사모펀드이기 때문이다. 부유층의 여윳돈이 자본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다소 투자 위험성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경제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영역, 가령 스타트업 쪽에 투여된다면 이보다 더 이상적인 투자 형태가 어디 있겠는가.

DLS·DLF 사건도 마찬가지다. 은행에서 사모펀드 판매 특성상 불완전판매가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 판매보다는 판매자 입장에서 완전판매에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 내부에선 은행에서 위험한 금융 파생상품 자체를 팔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러한 극단적인 조치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여론에 밀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을 만들었으나 이러한 법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데이터 활용의 족쇄가 된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신 일반 투자자에게 사모펀드를 판매할 때 완전판매 요건을 준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또 70세 이상 투자자에게 한정하고 있는 금융 파생상품 녹취 연령 범위를 현재보다 넓히는 등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 논란에 대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0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DLS·DLF 사건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자기 책임으로 투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그는 “취임 초 사모펀드 자율성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DLS·DLF와 라임자산운용 등 악재가 터지다 보니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도 했다. 금융 당국의 미묘한 입장을 잘 알 수 있다. 소비자 보호 등 규제가 필요하다면 꼭 필요한 규제 위주로만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