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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우 前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중세 神聖재판 文정권이 재연
盧정부 초기 송광수 검찰총장
권력 향해 ‘내 목부터’ 배수진

曺 일가 비리는 광범위·지능적
대통령까지 가세한 수사 방해
檢개혁 본질은 권력 忠犬 막기

1114년 겨울 프랑스 중부의 작은 마을 비시. 이단자들 앞에는 세례수가 든 커다란 통이 놓여 있었다. 이단자들은 사악한 믿음을 사람들에게 은밀하게 내뿜는 악마의 사자였다. 예수 탄생은 전혀 신성하지 않고, 결혼은 광대 짓이며, 유아세례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말해 신과 인간의 율법을 어겼다는 죄목이었다. 주교가 이단자들에게 악령을 쫓는 구마의식을 거행하자 사람들이 그들을 물통 속에 집어 던졌다. 정화한 물로 행하는 ‘신성(神聖)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단자들의 죄를 가리는 방법은 간단했다. 세례수는 순수해서 거짓에 물든 사람의 육체는 자연스럽게 거부한다. 그래서 살인자, 간음자, 이단자는 물에 떠오른다. 결백한 사람은 물이 감싸 안기 때문에 가라앉는다. 유죄와 무죄를 이렇게 부력(浮力)으로 판단했다. 증인은 거짓말을 할 수 있고 재판관은 정치적 압박에 무릎을 꿇을 수도 있지만, 이 재판은 모든 사람이 눈으로 보고 바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이라고 믿었다. 미국 법과대학 교수 애덤 벤포라도는 저서 ‘언페어(UNFAIR)’에서 중세 재판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성(理性)의 눈으로 보면 충격적일 정도로 부당하고 비합리적인 신성재판이 900여 년 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과 그 일가를 수사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통령과 여당, 그 지지세력의 압력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 송광수 검찰총장은 굿모닝시티 사건에서 여당 대표를 구속하면서 청와대를 향해 “내 목부터 쳐라”며 모든 것을 던졌다. 검찰총장의 강경한 태도에 청와대는 더는 검찰 수사에 압력을 행사하지 않고 수사 불개입 원칙을 지켰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때의 일을 저서 ‘운명’에서 ‘우리 쪽의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겪으면서도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을 보장해줬다’고 썼다. 송 총장은 임기를 다 채웠다.

조 법무장관 일가의 비리는 다양하고 광범위하고 지능적이다. 조 장관도 피의자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 수사는 조 장관 집까지 압수수색 할 정도로 엄정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며 압박했다. 지지 세력이 조국 일가를 직접 수사하고 있는 검찰 청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 윤 총장에게 검찰 개혁 방안을 내놓으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했다. 여권에서는 윤 총장 경질까지 꺼냈다. 검찰총장을 적(敵)으로 삼아 사퇴하라는 증오의 동요가 담긴 ‘검찰 개혁 동요 메들리’란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됐다.

집권한 지 2년 반이 되는 때 여권이 내놓은 검찰 개혁의 속뜻은 ‘(조국 관련) 수사 중단’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손대지 말라는 외침은 검찰 개혁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검찰 개혁은 검찰이 ‘권력의 사냥개’가 돼 정적(政敵)을 물어 왔던 역할을 못 하게 해야 성공한다. 정치권은 권력을 내놓을 때마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부패한 권력형 비리를 처벌하는 검찰을 만들어야 한다고.

5년 임기의 대통령이 2년 임기의 검찰총장 임명권을 쥐고 있어서는 결코 개혁을 이룰 수 없다. 힘없는 야당이 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권력을 가진 쪽의 입장이 바뀔 때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을 제한해서 검찰 수사에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검찰 개혁이다. 이런 문제는 정치권력만이 해결할 수 있다. 검찰에서는 답이 안 나온다. 특수부 축소, 공개소환 전면 금지와 같은 방안은 수사의 한 방법에 불과하다. 통치자가 과감히 양보하고 결단해야 한다.

여권과 청와대, 그 지지세력이 총체적으로 나서서 정의롭지 못한 권력을 감싸서는 검찰 개혁이 될 리 없다. 내 편은 성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에 죄가 있어도 건드리지 말라거나, 조국 가족은 깨끗해서 성수(聖水)가 무죄를 증명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성이 마비된 것이나 다름없다.

부패한 권력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권력의 비리를 수사해 처벌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당연하다. 권력의 숨은 비리를 찾기도 어려운데 수면에 떠오른 비리를 덮는 것은 불의다. 오만한 권력은 불의를 강자의 논리로 포장하고 합리화한다. 통치자가 불의를 비호(庇護)하고 법치를 무너뜨려서는 결코 평등·공정·정의의 나라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