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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작품엔 그들만의 에너지가 끓는다

김구철 기자 | 2019-10-07 10:30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인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왼쪽) 감독,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 정일성(가운데) 촬영감독, 그리고 신작 ‘어른의 부재’를 들고 온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인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왼쪽) 감독,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 정일성(가운데) 촬영감독, 그리고 신작 ‘어른의 부재’를 들고 온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부산영화제 찾은 고레에다·정일성·가브라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파비안느에 관한…’ 촬영하며
손편지로 외국 배우들과 소통

정일성 촬영감독
나를 모르는 젊은감독이 어느날
“같이 영화 하자” 제안해줬으면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나이들어도 열정만은 유지해야
‘젊었을때가 좋았다’ 생각안해


“손편지로 배우들과 소통한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격조는 촬영감독이 만드는 것”(정일성), “주변을 비판하면서도 사랑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코스타 가브라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세계적인 거장들은 영화작업에 임하는 각자의 생각과 방식을 이같이 소개했다.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들고 부산에 왔다. 프랑스 카트린 드뇌브와 쥘리에트 비노슈, 미국 에단 호크 등 쟁쟁한 배우들을 캐스팅해 파리에서 촬영한 이 영화는 왕년의 스타인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미국 뉴욕에서 떨어져 살던 딸이 어머니의 회고록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파리로 와 일주일을 보내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고레에다 감독은 처음으로 일본 밖에서 외국 배우들과 작품을 만들며 소통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일본어밖에 못해 초반에 소통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느껴졌다”며 “뛰어난 통역사를 만났고, 배우들에게 손편지를 보내며 언어로 소통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손편지 전달은 평소에도 하는 방식이지만 외국 배우들에게는 의식적으로 편지 분량을 늘렸다”고 덧붙였다. 고레에다 감독은 또 영화의 주요 배경이 일본 주택보다 규모가 큰 집이라서 내부에서 움직이는 배우들의 대사량을 가늠하기 위해 직접 파리 저택에서 이틀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본을 손에 들고 대사를 읽으며 부엌에서 거실로, 계단으로 걸었다. 집이 넓어 대사 분량이 모자란다는 걸 느꼈다”며 “또 에펠탑, 개선문 등 엽서에 나오는 풍경은 가급적 피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0여 년간 38명의 감독과 183편의 작품을 찍으며 한국영화의 미학적 발전을 이끌어온 정일성 촬영감독은 한국영화 회고전 주인공으로 부산에 왔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57년 ‘가거라 슬픔이여’로 영화 촬영을 시작한 정 감독은 “오랫동안 영화를 한 원동력은 불행한 근현대사 덕”이라며 “고통과 기쁨, 슬픔을 같이 나눴던 우리 세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회고전에는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와 유현목 감독의 ‘사람의 아들’(1980),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1981) 등 그가 촬영한 7편이 상영된다. 그는 “나는 원칙주의자다. 형식, 리얼리즘, 모더니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격조다. 흔히 있는 그대로 찍는 것이 리얼리즘인 줄 아는데 그 속에서도 꿈이 있어야 한다”고 자신의 촬영철학을 강조했다.

정 감독은 “나를 모르는 젊은 감독이 어느 날 느닷없이 ‘같이 영화 하자’고 제안해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신작 ‘어른의 부재’로 10년 만에 부산을 다시 찾은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박찬욱 감독과의 오픈토크에 참여했다. 그리스에서 태어난 가브라스 감독은 어린 시절 프랑스로 이주해 영화를 공부한 후 30대 초반에 만든 두 번째 장편 ‘제트’(1969)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도 거머쥐며 이름을 알렸다. ‘계엄령’(1972), ‘의문의 실종’(1982) 등 정치적 배경이 깔린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그는 “4∼5년마다 투표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다. 나와 상대방의 관계가 정치”라고 말했다. ‘어른의 부재’는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가 2015년 새 정권이 들어서며 유럽연합과 갈등을 빚는 이야기를 독특한 형식으로 그렸다. 박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20대 젊은 감독의 영화라고 느껴질 정도로 날카로운 비판과 화산처럼 터질 듯한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가브라스 감독은 박 감독의 극찬에 감사를 표하며 “요즘도 젊은 감독들에게 많이 배운다”며 “나이가 들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비전이 많이 바뀌지만 열정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는 지금도 ‘젊었을 때가 훨씬 좋았다’는 말을 절대 안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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