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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위한 음반… 들을 때는 음원… 양분화된 요즘 가요계

안진용 기자 | 2019-09-27 10:16

음반 판매와 음원 스트리밍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이례적 가수로 손꼽히는 방탄소년단. 음반 판매와 음원 스트리밍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이례적 가수로 손꼽히는 방탄소년단.

“가요계는 양분화됐습니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가요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두 개의 물줄기가 생긴 것일까? 바로 음원과 음반이다. 최근 발라드 가수들이 장악한 음원 사이트가 ‘오디오형 가수’들의 놀이터가 됐다면, 후자는 ‘오빠’들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비디오형 가수’인 아이돌 그룹들의 전유물이 됐다.

김건모, 신승훈, 조성모 등이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 가요계는 ‘음반의 시대’였다. 웬만큼 인기 있는 가수들의 신보는 발표 즉시 밀리언셀러(100만 장)가 됐고, 음반 가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이 열리며 음반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MP3와 이어 스마트폰을 통해 음악을 듣는 ‘음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마따나 가요계는 또 달라졌다. 과연 지금의 가요계를 음원의 시대라 할 수 있을까?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지난 3월 발표한 ‘글로벌 앨범 차트 톱 10’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와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ESELF 轉 Tear)’는 각각 270만 장, 230만 장이 팔렸다. 그룹 엑소 역시 앨범 5장이 연속으로 100만 장 이상 판매되며 퀸터플(quintuple) 밀리언셀러를 기록해, 누적 판매량은 1000만 장이 넘었다. 또한 최근 컴백한 세븐틴의 신보는 발매 1주일 만에 앨범 70만 장이 팔렸고, Mnet ‘프로듀스X101’을 통해 결성된 신인 그룹 엑스원의 데뷔 앨범 역시 하프밀리언셀러(50만 장)를 달성했다.

중요한 건,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는 음반의 주인공은 대다수 아이돌 그룹이라는 것이다. 이제 팬덤에게 음반은 ‘듣는 가치’보다는 ‘소장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한 음반 제작자는 “팬들 역시 노래는 음반보다는 스마트폰 스트리밍으로 듣는다”며 “요즘 음반은 화보집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사진이 담겨 있고, 각 멤버의 포토카드가 무작위로 포함되기 때문에 팬들은 원하는 포토카드를 갖기 위해 음반 여러 장을 구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거대 팬덤은 특정 시간대 좋아하는 그룹의 노래를 집중적으로 들으며 음원 차트도 요동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식으로 갑자기 치고 올라오는 아이돌의 노래는 찾아보기 어렵다. 왜일까?

지난해 7월 각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운영 방식이 바뀐 후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팬들이 상대적으로 전체 음원 스트리밍 빈도수가 떨어지는 새벽 시간대 동시에 특정 음원을 들으며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벽 1∼7시에는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을 시행한 후 아이돌 그룹의 노래 순위가 이상 급등하는 행태가 크게 줄어들었다.

국내 유력 음원사이트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음원 순위를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자 최근에는 팬들도 더 이상 무리하게 음원 순위를 올리기보다는 아이돌의 팬덤 크기를 재는 척도인 음반 구매에 보다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8월 가온차트 기준, 음원 차트 톱10에는 아이돌 그룹이 단 1팀도 없다. 반면 같은 기간 음반 차트 톱30은 모조리 아이돌 그룹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음원은 발라드, 음반은 아이돌’이라는 가요계의 양분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또 다른 음반 제작자는 “특정 그룹의 팬덤을 제외하면 해당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평소 흥얼거리고 노래방에서 찾아 부를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라고 반문하며 “반면 현재 음원차트에 포진된 노래들의 경우, 이를 부른 가수의 이름은 몰라도 대중이 오가며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지난 4월 발표된 방탄소년단의 노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음원 차트 3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제작자는 “방탄소년단 이전에도 빅뱅의 노래나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와 같은 노래들은 팬덤을 넘어 전 대중이 즐겨들으며 장기간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며 “결국 대중은 그들의 이름값이나 인기보다는 ‘듣기 좋은 노래’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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