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년간 美와 개선조치 협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도 논의

미국이 6년 8개월 만에 우리나라를 예비 불법·비보고·비규제어업국(IUU·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불법어업국)으로 재지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며 정한 시점(10월 23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와 우리 정부는 이를 검토하기 위한 공식 논의에 착수했다. 외교·안보 문제로 차가워진 양국 관계가 경제·통상 분야까지 무겁게 짓누르는 형국으로, 23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해양수산부는 20일 미국 상무부 산하 해양대기청(NOAA)이 ‘2019년 국제어업관리 개선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멕시코, 에콰도르와 함께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2013년 1월 지정(2015년 2월 해제)한 이후 두 번째로 6년 8개월 만이다.

미국은 우리나라 ‘원양산업발전법’ 처벌 규정이 형사처벌 위주여서 수사·사법당국의 처벌 수위가 약할 경우 불법조업에 따른 이익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불법어업국 지정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과징금 등 행정처벌도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지난 4월 마련했지만, 아직 국회 통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미국 정부가 지정을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예비 불법어업국 지정 시 미국 정부는 2년간 개선조치 경과를 보고 최종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최종 지정 시 항만 입국과 수출입 금지 등 제재가 취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날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문제를 공식 석상에서 처음 논의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향후 개도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내 농업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국익에 우선해 10월에 정부 방침을 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박정민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