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상사화 축제’가 열리는 전남 영광의 불갑사로 들어가는 길에 요염한 속눈썹 같은 꽃무릇이 무리 지어 활짝 피어났다. 꽃무릇은 남도의 초가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꽃이다.

■ 가볼만한 가을축제 4곳

-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마당극·안동음식 등 대동난장

- 영광 상사화축제
소원등·꽃길걷기 등 가족체험

- 진주 남강유등축제
로봇물고기·음악분수 등 장관

- 해남·진도 명량대첩축제
복원한 판옥선으로‘해전’재현

가을은, 모름지기 ‘축제의 계절’이다. 봄의 축제가 대부분 자연에 기댄 것들이라면, 가을 축제의 주제는 그야말로 분방하고 다양하다. 올가을 열리는 수많은 축제 중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내로라하는 굵직굵직한 가을축제 4개를 골라봤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가을축제의 대표선수인 데다, 대부분 이름난 관광지를 겸한 곳에서 열리니 축제를 겨눠 가을 여행의 일정을 짜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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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의 나이트클럽…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올해로 스물세 번째를 맞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오는 27일부터 10월 6일까지 열흘 동안 진행된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여성의 탈, 탈 속의 여성’으로, 주제에 맞게 탈과 탈 속에 내포된 여성의 꿈과 희망을 테마로 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축제에는 12개국 13개 단체의 외국공연팀과 12개의 국가무형문화재 탈춤, 3개의 마당극을 비롯해 80여 팀의 자유참가작 공연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안동 구시장과 옥동, 용상시장, 음식의 거리, 문화의 거리, 북문시장, 신시장 등에서 진행되는 시내 상권 활성화 축제 프로그램으로는 넌버벌 퍼포먼스 ‘복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여인들의 태극기’ 등의 공연이 마련됐다. 넌버벌 퍼포먼스 ‘복주’는 안동의 옛 지명인 ‘복주’를 테마로 상인들과 함께하는 축제다. 축제 기간 열흘 중 총 5회(28일, 10월 1, 2, 4, 5일) 열릴 예정인 탈놀이 대동난장은 ‘안동 나이트’로 불리며 20대와 30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대동난장에는 트로트 EDM, 안동 스타일 디제잉 등 30분의 짧은 시간에 빠른 음악과 탈이 어우러진 난장을 펼치게 된다. 올해 축제에서는 처음 ‘안동음식관’을 연다.


# 요염하고 화려한 꽃… 전남 영광 상사화 축제

전남 영광의 불갑산 일원에서는 ‘상사화, 천 년 사랑을 품다’ 축제가 오는 24일까지 열린다. 상사화의 꽃말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다는 뜻이다. 축제는 ‘상사화’를 앞세웠지만, 실제 이 축제의 꽃은 상사화가 아니라 ‘석산’이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이다. 상사화나 꽃무릇은 같은 백합목 수선화과 여러해살이 알뿌리식물이지만, 꽃무릇은 짙은 붉은 색이고, 상사화는 주로 연한 주황색이다.

해마다 가을의 초입이면 천년고찰 불갑사를 가운데 두고 불갑산 330만㎡ 일원에 꽃무릇이 활짝 피어난다. 축제기간에는 꽃무릇의 아름다운 개화뿐 아니라 공연·문화·전시 행사도 줄을 잇는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은 인도공주 상사화 야간 퍼레이드. 다양한 캐릭터와 소품으로 상사화의 꽃말인 사랑에 얽힌 설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상사화 꽃길 산책로를 거닐며 상사화 이야기를 듣는 ‘상사화 꽃길걷기’ 프로그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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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밤을 밝히는 등불… 경남 진주 남강유등축제

경남 진주에서는 오는 10월 1일부터 13일까지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비롯해 개천예술제,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등 굵직한 축제들이 릴레이식으로 열린다. 올해 유등축제에서는 대형군집 수상등과 근현대 100년을 추억하는 등불 등 이색적인 등을 남강물에 띄우고 불을 켠다. 유등뿐만 아니라 워터라이팅쇼, 로봇 물고기 유영쇼도 진행한다. 축제기간에 매일 3회씩 공연하는 워터라이팅쇼는 대형 수상등과 공룡등을 남강 위에 띄우고 레이저와 음악을 곁들이는 쇼다. 로봇물고기 유영쇼는 진주성 제3부교 아래 어두운 물속을 불을 켜고 헤엄치는 최첨단 로봇 물고기의 유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육식·초식공룡, 익룡 등을 형상화한 40여 개 등으로 장식한 음악 분수대도 설치하고 남강에 놓인 부교를 건너는 대기 구간에다 꽃과 유등을 배치해 낮과 밤 모두 즐길 수 있는 유등정원을 조성한다.

기관이나 단체와의 협업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남강 물 위에 설치·운영되는 수상카페는 지역 연고 커피프랜차이즈 기업의 재능기부를 통해 진주지역 자활센터가 운영한다. 촉석문 아래 둔치는 청년상인 네트워크와 함께하는 공간으로 조성한다. 관람객들이 비용을 내고 축제 내내 켜는 4만 개의 소망등은 구입자에게 위치 확인 문자서비스를 제공해 자신의 소망등 위치를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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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는 명량해전… 전남 해남·진도 명량대첩축제

가을 축제 중에서 가장 장엄한 볼거리를 보여주는 축제가 바로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동안 422년 전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현장인 울돌목 일원에서 열리는 명량대첩축제다. 명량대첩축제의 하이라이트라면 단연 ‘해전 재현’이다. 명량대첩 해전 재현은 축제 둘째 날인 8일 오후 5시 15분부터 30분간 열린다. 해전 재현에는 조선수군 89명, 일본 수군 414명이 출연하며, 복원판옥선 21척과 판옥선으로 치장한 선박 68대가 투입된다. 해마다 해전 재현의 스케일이 커지고 있는데, 올해는 특히 아군을 향해 오는 왜군의 초탐선을 폭파하는 장면 등을 연출해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 축제를 앞두고 지난 10일 해전 재현 리허설과 함께 ‘레이저쇼’ ‘드론라이트쇼’ 등의 사전 예행연습이 펼쳐졌다. 이날 리허설에서는 해상에서 60m 높이의 불꽃이 치솟는 폭파장면을 연출했다.

이밖에도 울돌목 바다에서 해군이 펼치는 해상선박 및 헬기 퍼레이드 해전 재현과 출정식, 진주 주민들이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며 진행하는 해상풍물 뱃놀이, 전통 세습무인 해남의 오구굿과 진도의 씻김굿 공연, 진도 북놀이 퍼레이드 등도 펼친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