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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은행 돈도 빼 오시라’더니…DLF에 노후자금 날려”

기사입력 | 2019-09-19 07:50

우리·하나은행, 중장년 투자자에 DLF 투자 적극 권유
60대 투자자 A씨는 올해 3월 예기치 않게 여윳돈이 생겼다. 평생을 적은 월급으로 알뜰하게 살아온 A씨가 처음으로 ‘목돈 굴리기’를 해볼 기회였다.

이 돈 저 돈 끌어모아 만든 1억5천만원 중에서 1억원은 자녀 주택자금으로, 5천만원은 노후자금으로 남겨둘 생각이었다. 안정적으로 이자라도 붙여보고자 5천만원씩 은행 3곳에 분산 투자하기로 했다.

그런데 5천만원을 들고 간 우리은행에서 “다른 은행에 넣은 돈도 여기로 가져오시면 안전하게 관리해주겠다”고 부추겼다. “이율 높고, 6개월 단기로 투자할 수 있는 독일 국채 관련 상품”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왠지 그런 건 불안해서 싫다고 했더니 직원이 ‘이 상품은 1억원 이하는 들 수가 없는데, 1억원이 넘으시니 권하는 거다. 염려 마시고 하라’고 하더군요. 정말 괜찮은 거냐고 물어봐도 ‘그동안 몇 번 했지만 별문제 없이 안전하게 끝났다. 돈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돈을 불린다’고 적극적으로 권했어요.”(A씨)

A씨 설명에 따르면 우리은행 직원은 상품설명서는 출력해둔 것이 없다며 거래신청서부터 내밀었다. A씨는 형광펜 표시한 곳에 서명하고, 쓰라는 대로 동의서를 썼다. 그렇게 1억5천만원을 모두 독일 국채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투자했다.

A씨는 집에 돌아와 차근차근 상품설명서를 읽어봤다. 자세히 보니 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어 직원에게 해지를 요청했더니, 직원은 “실제로는 안전하다, 단기니까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6개월이 무사히 지나가기만 바란 A씨는 지난달 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DLF에서 대규모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크게 놀라 지점을 찾아갔다. 그때까지 실시간 손익현황을 직접 받지 못한 것이다.

A씨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직원에게 왜 처음에 해지를 요청했을 때 해주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그때서야 ‘원금 7%의 수수료를 물어야 해서 그랬다’고 말했다”며 “지금은 전액 손실이 아닌 40%라도 건진 걸 다행이라고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작년 말부터 집중적으로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 DLF에 투자한 사람 중에는 이처럼 은행 직원이 전액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했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영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연계 DLF에 5억원을 부은 60대 투자자 B씨는 “프라이빗뱅커(PB)가 ‘영국은 은행 손실이 안 난다’며 불러주는 대로 체크하라고만 했다”며 “피해가 나고서는 손실률 계산이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설명해주는 PB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에게 제출한 DLF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달 19일 기준으로 우리은행이 개인에 판매한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와 하나은행이 판매한 영국·미국 CMS 금리 연계 DLF 상품 잔액은 총 4천422억원이다.

이 중 두 은행이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판매한 잔액은 2천20억원으로 45.7%에 달했다. 이 자금 상당 부분은 노후자금으로 추정된다.

DLF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금융소비자단체·법무법인 공동소송 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피해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모임을 공식 구성하기로 했다.

DLF 상품통장과 실명 인증을 해야 입장할 수 있는 모바일메신저 대화방에는 현재까지 투자자 170여명이 모였다.

투자자 일부는 이날 오전 DLF가 집중적으로 판매된 우리은행 지점을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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