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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신어라고도 하는 신조어는 새로 생긴 말 또는 새로 귀화한 외래어를 가리킨다. 언제 어느 사회든 유행어와 신조어는 있게 마련이다. 한국일보가 18일 보도한 ‘현대신어석의’(1922년 출간)에 실린 모뽀·모껄(모던 보이, 모던 걸) 같은 신조어가 잘 말해 준다. 다만, 이 축약 신어들은 생명력이 없어 죽은말이 되고 말았다. 오늘날 국어사전에 등재된 빽(백·back)이나 신세대, 전업주부 같은 말도 1950∼1990년대에는 신조어였다. 특정 집단의 은어가 아닌 데다 일반인에게 저항감 없이 널리 사용되면서 표준어로 자리 잡은 것이다.

현대의 신조어는 시대상을 담고 있다. 긴 단어를 줄이거나 세태를 비꼬아 만든 신조어는 풍자와 비난·비판이 날카롭고 더러는 촌철살인의 명구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댕댕이(멍멍이)·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쌉가능(매우 또는 완전 가능)처럼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는 유사어·축약어와 변형어가 많은 게 특징이다. 지난 8월 9일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뉴스 쓰나미라 할 만한 ‘조국 사태’ 관련 신조어는 하루가 멀다고 생겨난다.

그 대표적인 신어가 조로남불이다. 조국 자신이 하면 로맨스, 남들이 하면 불륜이란 뜻이다. 평소 시국 사안마다 옳은 소리를 해대더니 기자회견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모르쇠와 오불관언으로 답변한 데 대한 누리꾼들의 비난이 담겨 있다. 부인과 딸·동생·당질 등 일가와 관련된 비리 의혹이 자꾸 터져 나오자 조양파(조국 + 양파)라는 말도 만들어졌다. 조스트라다무스는 16세기 점성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처럼 그가 지난날 했던 말들이 자신에게 그대로 일어나고 있어 생겨난 별칭이다. 남들의 가슴을 후벼 판 발언들이 부메랑처럼 자신에게로 되돌아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누리꾼들은 조국의 적(敵)은 조국이라며 이를 줄여 ‘조적조’라고 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엔 ‘조국스럽다’고 한다. 조국 관련 신조어들은 ‘공식 신어’로서 인정받는 데 필요한 최소 기간 3∼4년을 넘기지 못하고 유행어에 그칠 것이다.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고, 스스로 법무부 장관직을 물러나지 않고 있는 만큼 그와 관련한 신조어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국민의 정신 건강은 물론 언어의 건강성 측면에서도 그의 사퇴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