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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다수 국민이 반대하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조 장관은 공언했던 대로 검찰 개혁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수사에 개입하진 않을 것이지만, 인사권을 적절하게 활용해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던 조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개혁추진지원단 구성,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기준 강화,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강화에 이어 검사 근무평정 제도의 재검토까지 들고 나왔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선 많은 국민이 공감한다. 하지만 조 장관의 검찰 개혁이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본인과 가족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고, 더욱이 부인에 대해 검찰이 기소까지 한 상황에서 과연 조 장관이 검찰 개혁의 주체로서 적임자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크지만, 인사권을 지렛대로 한 검찰 개혁이라는 방식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종류의 개혁도 그 목표가 분명하고 정당해야 하며, 이를 위한 수단은 목적 달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 개혁의 목표는 검사들의 개인적 비리를 발본색원하려는 게 아니다. 그런 개혁이라면 검찰만의 문제일 수 없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공정한 수사를 통해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검찰을 만드는 데 있다.

이러한 검찰 개혁 요구는 20년 이상 해묵은 것이며,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및 임기제를 도입함으로써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는 유명무실해졌고, 임기제 도입 이후 임기를 못 채운 검찰총장이 더 많다는 것과 여전히 정치검찰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결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조 장관은 인사청문회 실질화나 임기제 정착을 위한 노력은 도외시한 채 검찰에 대한 인사권의 적극적 행사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한 인사권의 행사는 결국 인사 대상자인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무너뜨리고 말 잘 듣는 검사들만이 살아남고, 출세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게 될 것이다.

인사권을 이용한 개혁이란 결국 인사권자의 입맛에 맞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며, 이는 지금까지 뻣뻣한 자세로 ‘정치의 시녀’ 노릇을 하던 검찰에 앞으로는 더 나긋나긋한 봉사를 하는 시녀가 되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게 무슨 개혁인가?

조 장관은 본인이 장관으로 있는 동안, 그리고 문 대통령의 임기 동안 인사권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행사할 것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하지 못한 일을 조 장관과 현 정부만이 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오만과 독선이다. 더욱이 정권이 바뀌고 인사권자가 바뀐다면 봉사의 대상이 바뀔 뿐, 검찰의 속성이 달라지는 건 아닐 것이다.

검찰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올바른 목표를 향해, 올바른 방향과 방법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국민의 공감과 지지 속에서 추진되는 개혁이어야 한다. 성공적인 개혁, 깊이 뿌리내리는 개혁은 제도의 변화에 대한 국민의 폭넓은 공감이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추진되는 개혁은 법률이 아니라 헌법까지 바꿔서 강행한다 하더라도 조만간 원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인사권을 이용한 검찰 개혁은 개혁의 목표에 역행하는 것임을 조 장관은 정말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