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정유시설 ‘드론 테러’

트럼프 “전쟁은 피하고 싶지만
해야한다면 美는 준비 돼있다”
국방장관 등도 이란 압박 가세

이란 “반군 자위권 차원” 반박
러시아·중국은 이란 옹호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핵심 석유 시설 공격에 대해 이란의 소행으로 본다고 직접 밝히는 등 미국이 이란을 공격 배후로 지목하고 군사·외교 압박을 강화했다. 이란은 예멘의 자기방어일 뿐이라고 반발하며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을 추가 나포하는 등 강 대 강 대치로 맞서 중동을 둘러싼 긴장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란이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확실히 알게 되면 알려주겠다. 현재 조사 중이다”라면서도 “글쎄,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드론이 이란에서 출발했냐는 질문에도 ‘매우 가까운 미래에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의 정확한 위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전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확실히 그것(전쟁)을 피하고 싶다”면서도 “만약 그렇게 해야 한다면 미국은 역사상 어느 국가보다도 잘 준비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서도 “이란이 (미군) 드론을 격추했을 때를 기억하라”며 “그들은 지금 사우디에 대한 공격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지켜볼까?”라며 이란이 공격 배후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관료들도 이란에 대한 비난전을 이어갔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안보회의 참석 후 트위터에 “미군은 우리 유관 기관 간 팀과 함께 이 전례 없는 공격을 해결하고 이란에 의해 훼손되고 있는 국제규칙에 근거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릭 페리 에너지장관도 CNBC에 출연해 “분별력 있고 사려 깊은 에너지 생산국과 소비국 연합체가 힘을 합쳐 이란의 악의적 행동을 중단시킬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격을 조사 중인 사우디군의 투르키 알말리키 대령도 이날 리야드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며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격에 사용된 무기들은 이란산”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그것들(무기들)이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의 주장에 ‘사기극’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력 반발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터키 앙카라에서 “예멘 국민은 정당한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 공격은 수년간의 예멘 공격에 대한 보복성 대응이었다”고 말했다.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은 자신들이 아닌 예멘 후티 반군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이라는 주장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도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이 실패하자 최대 사기로 돌아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페르시아만 입구 호르무즈해협에서 밀수 혐의를 내세워 경유 25만ℓ를 실은 유조선 1척을 나포하고 선박에 타고 있던 승무원 1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충돌을 빚고 있는 러시아, 중국은 이번 공격을 이란의 소행으로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하다며 이란을 옹호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