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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위험 커진 대한민국 안보

기사입력 | 2019-09-11 11:29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최근 서울의 정치 상황은 ‘조국 사태’로 어지러웠지만, 평양과 베이징 간 외교는 찰떡궁합이다. 10월 1일 중국 건국 70년 기념일과 10월 6일 북·중 수교 70주년을 앞두고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지난 2일부터 사흘간 평양을 방문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회동을 전하면서 왕 부장이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임을 상기시키며 “지난 70년간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양국은 시종일관 풍우동주(風雨同舟·비바람 속에 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병견전행(倂肩前行·어깨를 나란히 하고 앞으로 나간다)해 왔다고 강조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중국은 시진핑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달성한 중요한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북한과 함께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왕 부장의 방북은 심상찮은 함의를 갖고 있다.

우선, 북·중 결속이 가속화될 경우 북한 비핵화의 몸값이 올라갈 것이다. 왕·리 면담에서는 지난 6월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평양 회담에서 도출된 ‘중요한 합의(?)’를 이행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대북 제재를 피해 식량 지원과 관광 협력 등 경제 협력과 군사 합의 등 북한의 안전보장 문제로 추정된다. 북·중 정상회담 후 일본 아사히 신문은 중국이 식량 80만t을 북한에 지원하고 대규모 관광 협력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대북 제재는 결국 압록강∼두만강 국경에서 구멍이 나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북한이 대미 비난의 수위를 높인 것도 북·중 결속과 무관치 않다. 리 외무상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미국 외교의 독초’라며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고 항변했다. 최선희 제1부상은 지난달 31일 “미국과의 대화에 기대가 사라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모든 조치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은 향후 미국과 접촉에서 하노이 회담에서 논의된 ‘영변+알파’ 폐기라는 미국 협상안과는 다른 ‘새로운 셈법’을 요구할 것이다.

다음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파기로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 동맹도 삐걱대는 사이 북·중의 대남 압박이 강화될 것이다. 10일 발사한 2기의 발사체를 포함, 지난 5월 4일 이후 10차례나 진행된 북한 군부의 신형 무기 시험도 한·미 양국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중국의 암묵적 동의가 작용했다. 국교 수립 70주년을 맞는 북·중 공조는 6·25전쟁 당시 수준으로 비약 발전했다.

끝으로, 동북아 역학의 불균형이 심해질 것이다. 북·중 양국은 1949년 10월 6일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이번 왕·리 면담에서는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에 맞춰 김 위원장이 ‘9월 말 10월 초’에 중국을 답방하는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다. 김정은이 5번째로 방중하면 불과 4년 만에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서는 남북한의 지도자가 바뀌게 된다.

70년 동안 시종일관인 풍우동주와 병견전행의 밀착 혈맹에 대응하는 한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과연 한국은 비바람 속에 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동맹이 있는가? 혹시 평양-베이징 사이에 끼이려는 동상이몽을 꾸는 건 아닌가? 주기적으로 신무기를 도입한 군사 도발에도 불구하고 사문화된 9·19 남북 군사합의를 붙들고 공허한 군비 축소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미래의 안보는 풍전등화(風前燈火)다. 기존의 동맹 관계조차 지키지 못하고 평양에 대한 사모곡만을 부른다면 한국 외교 안보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 동북아의 갈라파고스 섬처럼 고립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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