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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강사 ‘명절 떡값’ 까지 챙겨야 하나

나주예 기자 | 2019-09-11 11:42

“2만원씩” 센터서 사실상 강요
안낼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최모(여·27) 씨는 두 달 전부터 다니던 구립 스포츠센터 동료회원으로부터 2만 원을 내라고 요구받았다. 추석 명절을 맞아 회원들끼리 돈을 모아 센터 강사에게 선물을 해야 한다는 명목이다. 최 씨에게 금품을 요구한 동료 회원은 “다 같이 드리는데 한 사람만 안 내면 모양새가 안 좋지 않겠냐”면서 돈을 내기를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수강료 외 다른 돈을 쓰고 싶지 않았지만 텃세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충남 아산시의 스포츠센터에 다니는 A 씨 또한 4년 동안 명절이나 스승의 날 등 기념일마다 강사를 위한 명절 떡값을 냈다. A 씨는 “회원들끼리 이름은 물론, 인적사항도 다 아는 사이가 되다 보니 안 낼 수는 없다”면서 “특정인이 주도할 때도 있지만 보통 돌아가면서 순서를 정해 돈을 걷는 일이 일종의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명절 ‘떡값’을 받을 수 없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시립·구립 등 공공스포츠센터에서 여전히 떡값 문화가 횡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돈을 받은 강사와 이를 갹출한 회원은 금품을 주고받을 시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부 회원들 사이에 남아 있는 ‘품앗이’‘상부상조’ 문화로 불법적 관행은 지속되고 있다. 퇴근 후 저녁마다 수영 강습을 듣는 한 여성 회원은 “회식이라도 하면 3만 원 이상 돈을 내야 할 때도 있다”며 “회식에 참여하지 않는데도 남는 돈은 강사들 월급을 채워준다며 돈을 걷는 행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구청 등에서는 민원이 들어와도 돈을 주고받은 이들을 조치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개별 회원들이 알음알음 돈을 걷는 탓에 현장에서 이를 바로잡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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