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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외면하면 失政 없어지나

조해동 기자 | 2019-09-11 11:46

조해동 경제산업부 부장

국내 경제연구기관마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추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8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0.3%포인트 낮춰 1.9%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ING그룹(1.4%), 노무라증권(1.8%), 씨티그룹(1.8%), 모건스탠리(1.8%) 등 해외투자은행(IB)이 1%대 성장률을 전망한 지는 오래됐다. 해외 IB가 처음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췄을 때만 해도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닌가”하고 의구심을 품은 사람이 많았지만, 이제는 “역시 해외 IB가 세상 물정 돌아가는 것에 밝구나”라고 감탄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정부는 황당한 경제 진단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경제 상황에 대해 “긍정적 모멘텀(계기)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가 “제정신이냐”는 말까지 듣고 철회했다. 지난 7월에는 “그렇게 높은 전망치를 내놨다가는 얼뜨기 취급받을 것”이라는 경고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밀어붙였다. 당시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연간 성장률) 목표는 적어도 2.5∼2.6% 정도로 앞으로 더 만회해나가야 한다’고 발언한 게 지침이 됐다”는 얘기가 돌았다. 똑똑하기로 소문난 경제 관료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갑자기 바보라도 된 걸까. 일부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적폐(積弊)’ 딱지를 붙여 유능한 사람을 내치거나,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임명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경제 문제에도 정치적 외압(外壓)을 행사한 게 더 큰 원인일 것이다. 그래놓고 청와대 경제 참모나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경제 지표가 나빠지면 대외 여건 탓, 언론 탓하기에 바쁘다. 홍남기 부총리 취임 이후 기재부가 내부 스크랩에서 비판적인 기사, 칼럼, 사설을 일제히 뺀 것도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것일 게다.

흔히 경제가 나빠지면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평소에 얘기하는 부양책은 경제가 일시적으로 나빠졌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이 몸이 아파 일시적으로 성적이 떨어졌을 때 영양 보충을 해주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처방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성적이 하락한 게 아니라, 기초 실력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면 해결책도 달라야 한다. 현재 한국 경제는 잠시 몸이 아픈 게 아니라 기초 체력(성장잠재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디플레이션(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이후 복지를 늘리고, 경제 활력을 키우겠다며 재정(국민 세금)을 물 쓰듯 쓰고 있다. 문제는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며 성장 잠재력 급락이나 디플레이션을 막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곳에 돈을 퍼붓고 있다는 것이다. 돈 쓸 곳을 제대로 못 찾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많은 돈을 써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따라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 정책을 바꿔야 한다. 그 뒤에 재정·통화·조세·인구 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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