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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 노쇼’ 보호장치 아예 없어… ‘날강두’ 사태 언제든 재발

김성훈 기자 | 2019-09-11 10:32

유튜버 곽지혁 씨가 지난 8월 11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호텔에서 만난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오른쪽). 곽 씨가 “왜 내한 경기에서 뛰지 않았느냐”고 항의하자 호날두는 애써 시선을 피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유튜브 캡처 유튜버 곽지혁 씨가 지난 8월 11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호텔에서 만난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오른쪽). 곽 씨가 “왜 내한 경기에서 뛰지 않았느냐”고 항의하자 호날두는 애써 시선을 피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유튜브 캡처

최근 급증하는 관람객 피해사례

2016년 피해 접수사례 11건서
작년 27건으로 가파르게 늘어
일반 공연·관람은 규정 있지만
스포츠는 상황 따른 기준 없어

“분쟁해결 명확한 기준 있어야
소비자원 구제가 어려울 경우
공정위 규정 따라 대응 가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그렇게 보고 싶다면 이탈리아로 오라. 내가 푯값을 주겠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명문구단 유벤투스의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은 지난 7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유벤투스-팀 K리그’ 친선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포르투갈 출신 세계적인 축구 스타 호날두(유벤투스)가 계약을 어기고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질의하자 이렇게 말해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에 대해 한 국내 유튜버가 이역만리 스웨덴까지 건너가 사리 감독의 호언장담에 대한 검증에 나섰다.

‘축구대장’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곽지혁 씨는 지난달 11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의 2019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 최종전을 위해 스톡홀름의 한 호텔에서 투숙 중인 유벤투스 선수단을 찾았다. 곽 씨는 호텔 앞에서 만난 사리 감독을 향해 ‘푯값을 받으러 왔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흔들었지만, 이를 본 사리 감독은 옅은 미소를 지은 뒤 “당신이 아니라 취재진에게 한 말이었다”고 답했다. 곽 씨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 촬영 중인 호날두를 향해선 영어로 “왜 한국 경기에서 뛰지 않았느냐”고 항의했다.

그러나 호날두는 애써 시선을 피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곽 씨는 당시 현장을 촬영해 자신의 채널에 게재했고, 현재 이 영상은 조회 수 360만 명을 넘기며 호날두로부터 상처받은 많은 축구팬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하지만 곽 씨는 결국 푯값을 돌려받진 못했다.

내한 친선 경기에 출장하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 최상위 축구 선수에서 이른바 ‘먹튀 사태’의 주역으로 일순간에 전락한 호날두가 전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스포츠계의 ‘노쇼(No Show)’가 재조명되고 있다. 스포츠 관련 피해구제 접수는 매년 증가추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곽 씨처럼 피해를 본 관람객들은 직접 항의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환급을 받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12일부터 나흘간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를 맞아 야구·축구 등 기존 인기 종목을 비롯해 씨름 등 민속 운동 관람을 위해 많은 팬이 가족·친지 등과 함께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따라 늘어난 여가 시간으로 이전보다 스포츠 관람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노쇼’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쇼는 음식점 등에서 소비자가 예약을 해놓고 아무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행위를 뜻한다. 그러나 스포츠계를 포함한 공연·관람 업계에서 통용되는 의미는 이와는 좀 차이가 있다. 해당 업계의 피해 유형은 크게 △노쇼형 △계약 불이행 △환불 △취소 경기 재관람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노쇼형은 구매자가 귀책 사유를 갖는 일반적 사례와는 반대로 판매자나 출연진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호날두 사태 하루 뒤인 7월 27일부터 양일간 인천에서 개최된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도 노쇼 잡음이 이어졌다. 주최 측이 개막 전날(26일)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허(H.E.R.), 28일엔 영국의 팝가수 앤 마리와 대니얼 시저, 국내 래퍼 빈지노의 갑작스러운 공연 취소를 발표해 관람객의 빈축을 샀다. 다행히 마리가 ‘가수의 요청으로 공연이 취소됐다’는 주최 측 발표를 반박하며 무료 자체 공연을 열어 얼어붙은 팬들의 마음을 달랬다.

공연·관람 업계의 소비자 피해 구제 신청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해당 업계의 소비자 피해 접수 건수는 2017년 94건에서 2018년 110건으로 최근 2년 동안 1.2배가량으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59건이 접수돼 연말쯤에는 지난해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소비자원은 추산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 관람 피해구제 사례는 더욱 가파른 폭으로 급증하고 있다. 2016년 11건에서 지난해 27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이상근 소비자원 1372 운영팀장은 “기존 스포츠 관람 관련 피해는 우천 등 기상 문제에 따른 재관람 분쟁이 잦았다”면서도 “최근에는 대국민 사기극을 연출한 호날두와 같이 예고된 선수가 경기를 뛰지 않는 등 이와 관련해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 불만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를 제외하고 공연·관람만을 한정할 경우 노쇼에 따른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장치가 존재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공연업자의 귀책 사유로 소비자가 환급을 요구할 때 입장료의 전액환급 또는 입장료의 10%를 배상받을 수 있다. 예고 없이 주요 출연진의 갑작스러운 교체가 발생하거나 아티스트 등 공연 수행자가 사전에 계획된 시간의 50% 이하만 수행하는 경우도 주최 측의 귀책 사유에 해당한다. 만약 소비자가 개인 사정으로 예매를 취소했더라도 공연일 기준 10일 전까지는 전액 환급이 가능하다.

반면 스포츠 관람 관련 피해는 명확한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스포츠 관람 소비자 피해가 접수되면 소비자원에서 합의 권고로 조정이 이뤄질 수는 있다. 그러나 공연·관람 업계와는 달리 주최 측의 귀책사유로 경기가 취소될 경우,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의 사태 발생 시 실제 이행사항이 계약과 다르거나 경기가 지연될 때 등 구체적인 상황별 피해에 대한 분쟁 보상 기준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운영팀장은 “스포츠 역시 포괄적으로는 공연·관람 범주에 포함되므로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이 분명해야 소비자원에서 피해 구제가 어려울 경우 공정위 규정에 따라 시행 명령 및 대응을 할 수 있다”면서 “스포츠 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지속해서 커지고 있는 만큼 관람객 피해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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