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0억원… 연내 절차 마무리
전기차용 핵심소재시장 진출

SK그룹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 계열사인 SK실트론이 전기자동차용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미국 듀폰사의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했다. 미국과 일본 기업이 장악한 차량용 전력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다.

SK실트론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듀폰의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부 인수안을 의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인수 금액은 4억5000만 달러(약 5400억 원)다. 두 회사는 각국 당국의 인·허가 승인을 거쳐 인수 절차를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SiC웨이퍼는 실리카와 카본의 인공 화합물인 탄화규소를 소재로 제작한 웨이퍼다. 메모리(D램·낸드)반도체 등에 기초 소재로 활용되는 실리콘 웨이퍼보다 내구성과 내열 성능이 뛰어나다. 자동차 부품에 필수적인 안정성과 연료소비효율 등을 갖춰 주로 전기차 등에서 전력 공급을 통제하는 전력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인다.

최근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업체들 중심으로 SiC 웨이퍼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속속 이뤄진 상태다. 현재 SiC 웨이퍼를 양산할 수 있는 회사는 미국 듀폰을 비롯해 일본 쇼와덴코, 덴소, 스미토모 등이 있다. 시장 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SiC웨이퍼 기반 전력반도체 시장은 올해 13억 달러(약 1조5500억 원)에서 2025년 52억 달러(약 6조2000억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수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SKC의 동박 사업과 함께 SK그룹의 전기차 분야 사업 경쟁력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실트론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소재 기술 자립이라는 국내의 큰 흐름에 부응하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시장에 빠르게 진입해 향후 미국 현지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