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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두지않는 부모 늘면서 명절때 아이들 재롱 못봐

조재연 기자 | 2019-09-11 10:07

- 저출산에 아이 급감

지난해 합계출산율 0.98명
사상 첫 1.0 밑으로 떨어져


올해 마흔인 직장인 박모 씨는 30대인 아내 김모 씨와의 사이에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하나 두고 있다. 박 씨의 외동딸은 명절 때마다 친가와 외가의 주목을 받는다. 두 집안을 통틀어 유일한 ‘아기’이기 때문이다.

박 씨와 두 살 터울인 형 부부는 자녀가 없고, 직장인인 처제와 처남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다섯 명이나 되는 김 씨의 사촌 동생들도 모두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이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아무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박 씨의 딸은 친가에 가서도, 외가에 가서도 유일한 ‘손주 혹은 조카’로 친척들 대화의 중심에 선다.

박 씨의 딸이 사랑을 독차지한다고 해서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명절 내내 함께 어울릴 만한 또래가 없기 때문이다. 박 씨 부부가 어릴 때는 명절이 되면 사촌 형제들끼리 집 안과 동네를 몰려다니며 어울렸지만, 박 씨의 딸이 마주하는 것은 부모 또래 이상의 어른들뿐이다. 박 씨는 “친가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딸이 ‘큰아빠랑 큰엄마는 언제 동생을 낳느냐’고 물으면 형과 형수는 당황하고 우리 부모님은 표정이 어색해지는 묘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손자·손녀 없는 명절을 맞는 집이 늘고 있다. 아이가 없는 집이 많다 보니, 일가가 한꺼번에 모여도 어린아이는 한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 여럿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친척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거나 민속놀이를 즐기는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불러온 명절 풍경이다. 어른은 많고 어린아이가 적다 보니, 취학 연령 미만의 아이가 친척 집에 나타나면 ‘귀한 몸’이 돼 어른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모(31) 씨는 “나를 포함한 사촌 형제들이 대부분 결혼하지 않았고, 결혼한 사촌 형도 딩크(DINK·자녀를 두지 않는 부부)를 선택했다”며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재롱을 피우는 명절 모습은 옛날 일”이라고 씁쓸해했다.

명절 모임 시 ‘아이 실종’(아이들이 줄어드는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8세 이하 인구는 지난해 887만4000명에 그쳐, 총 인구 5163만5000명 가운데 17.2%에 불과했다. 1965년 51.3%였던 것에 비해 무려 34.1%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불과 9년 전이었던 2009년과 비교해도 5%포인트나 떨어졌다. 갈수록 심화하는 저출산 현상 때문에 앞으로도 미성년자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1.0명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평균적으로 아이를 1명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달라진 인구 구조에 따라 명절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가족의 해체는 이미 진행됐고, 핵가족화에 이어 1인 가족이 늘고 선택적 결혼·출산 등 문화적 환경이 바뀌다 보니 명절 풍경도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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