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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레전드들의 ‘허당 축구’

기사입력 | 2019-09-11 10:14


■ JTBC ‘뭉쳐야 찬다’

천하장사 이만기, 농구 대통령 허재, 야구의 신 양준혁이 안정환 눈치를 보면서 힘겹게 축구를 한다? 상상하기 어려웠던 그림이 현실이 됐다. 바로 JTBC ‘뭉쳐야 찬다’다. 안정환을 감독으로 한 축구팀에서 전설적인 운동선수들이 뛴다는 설정이다. 앞에서 언급한 선수들 이외에도 이봉주, 심권호, 진종오 등 올림픽 영웅까지 가세했다.

여행 예능인 ‘뭉쳐야 뜬다’팀이 다른 포맷을 고민하다 출연자였던 안정환을 감독으로 한 조기축구팀을 구상했다고 한다. 거기에 기존 고정 MC가 아닌 신규 출연자들을 전원 운동선수 출신으로 구성한 것이다. 현역 시절엔 한국 최고의 선수였지만 은퇴한 지금은 체력이 많이 저하된 상태다. 관절도 삐걱거린다. 그런 몸으로 생소한 축구를 하려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전설적인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르며 허당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시청자가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처음엔 안정환에게 큰소리도 쳤던 사람들이 축구팀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안정환의 눈치를 보는 소심한 아저씨로 변해가는 것도 웃픈 재미를 준다. 만인의 추앙을 받던 국민영웅, 한국 최고 전설들의 반전 매력 대방출이다. 현역 시절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질풍노도의 강한 이미지였던 허재가 안정환의 지시를 받는 ‘만만한 아저씨’의 모습으로 떠오르는 예능 스타가 됐다.

조기축구는 한국인이 즐기는 대표적인 사회인 운동이다. 선수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이젠 일반 사회인 ‘아저씨’가 된 사람들이 기초체력 훈련과 패스 훈련부터 하면서 축구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조기축구를 즐기는 국민에게 공감을 준다. 중년 이후에도 몸을 추슬러 스포츠에 도전하는 모습은 비슷한 연령대 국민에게 대리만족을 준다.

축구를 즐기지 않거나 중년이 아닌 시청자도 이 프로그램에 몰입하게 되는 건 성장과 성취감이라는 보편적인 감동 코드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축구를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승승장구했다면 큰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저질’ 체력에 축구의 축자도 모르던 오합지졸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훈련을 거듭해, 마침내 다른 조기축구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을 때 시청자도 자신감을 얻고 이들의 성장을 응원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운동계가 너무 엘리트 체육 중심이어서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인 축구가 활성화된다면 그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엘리트 체육 시스템의 최고 스타들이 모여 사회체육 진흥에 나선 모양새다. 앞으로 전국의 조기축구팀과의 대결을 이어나가며 사회인 축구 붐 조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고정 MC를 제외한 신규 출연자들을 전원 운동선수 출신으로만 한정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과거 같았으면 연예인 예능 감초를 추가했을 것이다. 한국 예능계가 운동선수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제작진은 앞으로도 연예인 멤버를 추가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뭉쳐야 찬다’가 성공하고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현주엽 감독도 뜨면서 앞으로 운동계를 향한 예능계의 구애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허재 감독의 농구팀에서 안정환 등의 전설들이 허재의 눈치를 보며 슛하는 모습도 조만간 볼 수 있을 것 같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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