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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의 Deep Read] 조국의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개혁”… 反민주주의 ‘위험한 소신’

기사입력 | 2019-09-11 10:43


■ 검찰개혁 내용과 문제점

취임 하루만에 ‘尹총장 배제’ 특별수사팀 제안… 공정성 역행·‘코드 심기’ 우려
검찰권한 견제 공수처, 조직구성에 대통령 관여 허용 ‘정치 중립성’ 흔들 가능성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다. 정치적 중립성의 요체는 인사의 공정성과 수사의 독립성이다. 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의 본질적인 문제다. 공수처장이나 경찰청장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이 여전하다면 오른손의 ‘칼’을 왼손으로 옮기는 것일 뿐이다.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인사의 공정성 및 이를 통한 수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사회적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그것은 타당한 생각일까.

◇조국 취임과 동시에 벌어진 ‘수사 공정성’ 약화 논란

조 장관 취임과 동시에 검찰개혁의 핵심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도 있는 두 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는 법무부가 장관 취임 당일인 9일 ‘조국 일가’ 수사와 관련, 대검 고위 간부들에게 전화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의 전제가 되는 수사의 공정성 자체를 깨트리고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행위다.

또 하나는 조 장관이 취임 하루 만인 10일 법무부 산하에 ‘검찰개혁지원단’이란 조직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이다. 검찰개혁 관련 법안들이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있는 상황에서 이런 조직 설치의 실효성을 따지기에 앞서 이는 중대한 문제를 낳는다. 우선 조 장관 일가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선비는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또 조 장관의 머릿속에 과거 ‘노무현 비극’을 잉태한 검찰 특수부 수사에 대한 선입견 같은 게 있다면 이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 내 특정 분야를 강화 혹은 약화함으로써 조직을 입맛에 맞게 바꾼다면 결국 수사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 핵심 ‘정치적 중립성’ 확보

조 장관의 기본적인 생각은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건 문 대통령과 뜻을 함께한다. 즉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데다가 수사권에 경찰에 대한 지휘권까지 갖고 있으니 권력이 비대화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공수처 도입과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이 중 수사권 조정 법안의 핵심은 경찰을 수사기관으로, 검찰을 기소기관으로 역할을 정리하고, 검찰 수사권 및 수사지휘권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권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사실상의 전담 수사기관이 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 가능성, 그리고 대통령이 10만 경찰을 거느린 거대 조직의 수장인 경찰청장을 임명하는 데서 오는 ‘권력의 시녀화’ 문제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공수처법안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다. 하나,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독립된 위치에서 엄정 수사하고,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 기소할 수 있는 기관이다. 둘, 공수처는 처장과 차장을 포함한 25인 이내의 검사, 30인 이내의 수사관으로 구성되며, 처장은 추천위가 2인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인을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셋, 처장과 차장은 퇴직 후 2년 이내에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국무총리 등에 임명될 수 없으며, 처장과 차장을 포함한 소속 검사는 퇴직 후 2년 이내에 검사로 임용될 수 없다. 수사처 검사는 퇴직 후 1년이 지나지 않으면 대통령 비서실에 임용될 수 없다.

이 역시 몇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다. 첫째, 공수처 독립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공수처 구성에 관여하지 말아야 하는데 법안은 대통령이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 개입하도록 했다. 둘, 공수처의 권한 범위와 조직 규모가 맞지 않는다. 셋, 공수처의 조직 규모에 맞춰 대상을 한정하는 ‘선택과 집중’을 전제할 때,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과 이후의 공수처 역할이 달라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조국의 검찰개혁, 민주주의 원칙 위배

조 장관은 자신이 검찰개혁을 완성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해 왔고, 문 대통령 역시 ‘조국만이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고 생각해온 것이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조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검찰개혁을 마무리해달라”고 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조 장관의 검찰개혁에 대한 철학은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어느 정권이 들어와도, 그 누구도, 뒤로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을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은 더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째, 개혁은 혁명이 아니다. 무산계급이 공산혁명으로 유산계급을 몰락시킨 것처럼 검찰개혁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헌법의 정신에 비춰볼 때 민주주의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가운데 다수의 의사가 ‘잠정적인 결정권’을 갖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권이 바뀔 수 있고 정책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조 장관이 말하는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이란 민주주의의 정신과 양립할 수 없다. 둘째, 공수처 도입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검찰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통한 국민의 인권 보장’이며 이를 위해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전제돼야 한다. 공수처가 대통령의 또 다른 ‘칼’이 된다면 이는 개혁에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공수처가 진정한 개혁 수단이 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구성돼야 하는지 상세한 검토가 있었어야 했다. 셋째, 조 장관은 장관 인사권을 통한 검찰개혁 의지를 강조해 왔다. 이는 그가 생각하는 검찰개혁이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통한 객관성과 공정성의 강화가 아닌, 코드 인사를 통한 ‘내 편 만들기’ 내지 ‘내 사람 심기’로 귀결될 수 있음을 우려하게 한다.

◇개혁 성공 조건은 공감대 형성과 확산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을 성공시키려면 적어도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검찰의 업무 및 조직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검찰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둘째, 개혁의 올바른 방향에 대한 뚜렷한 인식과 의지, 소명감을 가져야 한다. 셋째,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확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조 장관이 첫 번째 조건을 갖췄는지는 검증된 바가 전혀 없다. 또 앞서 살핀 것처럼 그의 개혁론이 민주주의를 위배한다는 점에서 그가 개혁의 올바른 방향을 갖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 최근 그가 범죄 피의자가 된 점에서도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확산할 적임자라고 보기 힘들다.

권력의 힘을 빌려 개혁을 압박하는 건 올바른 개혁이 아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원론적인 국민 지지가 있다고 하지만 개혁의 내용과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논란이 등장할 수 있다. 더욱이 비리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 개혁을 주도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국민적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건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고려대 교수

■ 세줄 요약

검찰개혁의 핵심 :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다. 정치적 중립성의 요체는 인사의 공정성과 수사의 독립성이다. 이는 공수처 도입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의 본질적인 문제다.

검찰개혁 법안 문제점 : 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통령이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 개입하도록 되어 있는 게 문제다. 분권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사실상의 전담 수사기관이 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민주주의 정신 위배 : 헌법의 정신에 비춰볼 때 민주주의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가운데 다수의 의사가 ‘잠정적인 결정권’을 갖는 것이다. 이에 비춰 볼 때 조국이 말한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은 민주주의 정신과 양립할 수 없다.


■ 용어 해설

패스트트랙 : 국회법 제85조의 2에 규정된 내용으로 발의된 국회의 법안 처리가 무한정 표류하는 것을 막고, 법안을 신속처리하기 위한 제도를 말한다. ‘안건 신속처리제도’라고도 한다. 현재 검찰개혁 관련 법안인 ‘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선거제 개혁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상태다.

공수처 :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을 필생의 과제로 생각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를 전담으로 수사하는 기구다. 대통령, 국회의원,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7000여 명과 그들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등이 수사 대상이 된다. 공수처는 이들의 뇌물, 알선수재, 정치자금 부정 수수, 직권남용·직무유기,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등을 수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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