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뒤를 받쳐주면 무소불위 힘을 갖게 된다. 그래서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온갖 불법 연루 의혹을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9일 이후 괴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남편이 법무장관에 취임한 이날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했다. 언론이 제기한 불법 의혹을 직접 해명하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각종 물의를 빚은 데 대해 미안해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고, “모든 진실은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이란 대목에선 당당함과 자신감마저 느껴진다. 조국 펀드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조 장관의 5촌 조카는 조 장관 취임을 전후해 검찰과의 연락을 뚝 끊어버렸다. 당숙이 법무장관이 됐으니 검찰 수사가 무뎌질 때까지 버티면 그만이라는 생각인 것으로도 비친다.

이처럼 불법 혐의자들이 당당해진 데 반해 그동안 총장상 위조와 권력의 위증교사를 폭로해왔던 동양대 측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하루 만에 자체 진상 규명이 어렵다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이건 시작이고, 앞으로 검찰을 향한 권력의 압박과 견제는 강도를 더해갈 것이다. 조 장관 취임 일성으로 ‘인사권’을 내세운 만큼 적절한 구실을 내세워 수사팀 교체를 시도할 수 있다. 여권 인사들은 일제히 검찰을 공격하고 있다. “조 장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이 사실상의 ‘수사지침’을 준 만큼 이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불법 혐의 연루자가 법치주의와 법질서를 책임지는 주무장관이 된 상황에서, 만약 검찰이 면피성 수사로 자신들의 인사권을 쥔 직속상관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대한민국의 정의는 끝이다. 이 같은 참담한 결과를 바라지 않는다면 ‘윤석열 검찰’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조국 일가 수사에 명운을 걸고 임해야 한다. 거기에 대한민국 법치의 명운도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