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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스승’ 허영 “조국 임명 강행, 정상적 思考 결과인가”

기사입력 | 2019-09-10 11:54

‘文대통령 스승’ 허영 헌법학자

대표적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해 우려하는 고언(苦言)을 10일 문화일보에 보내왔다. 허 석좌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선배인 동시에 스승이기도 하다. 다음은 기고문 전문.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다수의 강력한 저항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범죄 혐의자인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그의 부인은 각종 불법 의혹으로 기소되고, 조 장관도 함께 관련된 의혹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 인사를 검찰 행정의 책임자로 임명하는 것은 과연 정상적인 사고의 결과인가. 검찰 수사를 방해하려는 속셈인가. 대통령을 위선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엄정하고 공정하게 수사해서 조국 일가의 의혹을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과 검찰이 함께 살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던 문 정부와 더불어 우리나라는 이제 몰락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미 그 길에 서 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제왕적 권력 행사로 법치 허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서 보듯 독선적인 인사권 행사로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은 사라졌다. 삼권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권력으로 법치주의를 마구 훼손하고 있다. 문 정부 2년 반을 지나며 설마 하고 가슴 졸이며 염려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북한에 올인하면서 우리 헌법의 가치를 하나둘 훼손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사회주의운동을 한 사노맹 활동을 평범한 일이라고 공언하는 인사를 법과 질서의 책임자로 만들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뺀 민주주의로 변질시켜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인하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려 한다. 북한은 안보 위협이 아니라 협력의 우선 대상이라고 주입한다. 우리 군사통제구역인 함박도가 북한 군사기지가 되는 것을 방관하고 있다. 한·미·일 동맹의 핵심축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깨면서 우리 안보의 기둥인 미국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이쯤 되면, 이젠 문 정부가 꿈꾸는 나라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에 따른 대한민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그가 지향하는 나라는 김정은과 손잡고 ‘우리끼리’ 잘살아보자는 환상의 나라로 보인다. 그것이 북이 바라는 고려연방제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며 법치주의에 따르는 자유민주주의의 나라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이 커 간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이 무시하는 외교적 고립 상태에 빠지고, 언젠가 미국마저 우리를 버리는 경우엔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는 김정은의 손에서 벗어나기는 어렵게 된다. 문 정부의 궁극적 목표가 그런 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모든 상황 전개는 그런 길로 향하는 것 같아 두렵다.

여기에 덧붙여, 문 정부는 모든 것을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승리에만 몰입하면서 국가 몰락의 길을 재촉하려 한다는 느낌이다. 제1 야당을 무시한 채 군소 정당과 손잡고 경기 규칙인 선거법 개정안을 억지로 밀어붙이고 있다. 상대에게 불리한 경기 규칙을 상대와 협의도 없이 만드는 무리수를 쓰고 있다. 선거는 국민의 진정한 총의가 그대로 국회의 구성 비율로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정당의 동의를 받는 공정한 규칙을 반영한 선거법으로 치러야 한다. 그것이 대의민주주의의 선결 조건이다. 지금 그런 희망이 공상일 가능성이 커지는 위험한 상황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에게 충심을 담아 제안한다.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고, 내년 총선에서 이겨 김정은과 민족공동체 국가를 조기에 실현하려고 한다면 지금이라도 국민투표를 발의할 것을 요청한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권한을 행사하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지금 가고 있는 그 길에 국민이 동의하는지 물어 달라는 것이다. 국민 다수가 그 길을 원한다면 지금처럼 대통령이 원하는 일을 하면 된다.

반대로 다수 국민이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 가치로 하는 우리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그대로 살기를 원한다면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따라, 가는 길을 멈춰야 할 것이다. 이것이 조국 임명으로 형성된 총체적 난국과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가장 민주적이고 신속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길을 마다하고 여전히 조국 임명 강행과 같은 ‘두더지 식 헌법 파괴’ 정책으로 국민을 속인다면 희망 고문을 당하며 참고 있는 국민의 분노가 머잖아 폭발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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