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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동성애… 충격적 화면에 담은 ‘루저들의 욕망’

기사입력 | 2019-08-27 10:58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트랄라 역의 제니퍼 제이슨 리.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트랄라 역의 제니퍼 제이슨 리.

■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허드슨 강의 풍광과 악취가 진동하는 지하철을 공유해도 브루클린은 절대로 뉴욕이 될 수 없다. 브루클린에 사는 군상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뉴욕의 그들처럼 품위 있는 사랑도, 용기 있는 커밍아웃도, 혹은 천박해 보이지 않는 수준의 생계유지도 할 수 없다. 이들에게 뉴욕이란 이 모든 것이 언젠가는 가능하다고 믿게 하는 허상이자 신기루 같은 공간이다. 울리히 에델 감독의 1989년 작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는 1954년을 배경으로 뉴욕의 찌꺼기, 혹은 뉴욕에서 찌꺼기로도 살아갈 수 없는 브루클린 하층민들의 인생을 비추는 영화다.

브루클린의 한 공장에서는 파업이 한창이다. 사실상 이 파업에 모든 동네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 해리(스티븐 랭 분)는 노조 선전부장이라는 직함을 받고는 신이 나서 조합 청년들 위에 군림하고, 노조의 공금을 탕진하며 재미를 본다. 한편 동네에는 온갖 나쁜 짓을 골라 하고 다니는 세 명의 골칫거리가 있는데 거리의 여자 트랄라(제니퍼 제이슨 리 분)는 이들과 공모해 바에서 유혹한 군인의 지갑을 터는 일로 생계를 이어간다. 게이 청년인 조젯(알렉시스 아퀘트 분)은 해리를 짝사랑하지만 선뜻 고백하지 못한다.

공장의 파업이 정점을 지날 즈음 해리는 골칫거리들과 함께 조젯이 초대한 파티에 가게 된다. 이 파티에서 해리는 레지나라는 남자에게 반해버린다. 이날 이후로 해리는 노조의 공금을 털어 샴페인을 사들고 레지나의 아파트로 출근한다. 한편 트랄라는 여느 때와 같이 패거리들과 함께 취한 군인을 유혹해 터는 작전에 착수하지만 패거리들은 트랄라를 골탕 먹이겠다는 계략으로 트랄라의 구조 사인에 응하지 않는다. 결국 트랄라는 강제로 군인에게 오럴섹스를 해주고 모욕을 당한다. 이들을 지켜보며 낄낄거리던 패거리들에게 질려버린 트랄라는 그 자리에서 또 다른 한 군인을 유혹해 맨해튼으로 떠나버린다. 홧김에 맨해튼으로 넘어왔지만 스티브라고 불리는 이 어린 군인은 진정으로 트랄라를 사랑하게 된다. 그는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털어 트랄라를 위해 쓰고, 트랄라가 원하는 모든 곳에 데려간다. 그러나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3일뿐이다. 3일이 지나고 스티브는 전쟁터로 떠나며 트랄라에게 편지를 쥐여준다. 내가 살아남는다면 꼭 다시 만나고 싶다는 문장 끝에서 트랄라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3일 동안의 꿈 같은 밀회를 끝내고 브루클린으로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은 변한 것 없이 그대로였다. 동네 바에서는 서로 몸을 팔기 위해 남자들을 두고 싸우는 창녀들이 트랄라를 째려보고 있으며 남자들은 이 창녀들과 트랄라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다. 싸구려 위스키 냄새가 진동하는 바의 구석에서 트랄라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가슴을 보라”며 옷을 벗어젖힌다. 흥분하는 남자들 틈에서 트랄라의 옷이 찢겨 나가고 결국 한 무더기의 남자들이 트랄라의 가냘픈 몸을 둘러업고 공터로 끌고 나간다. 술과 눈물로 범벅이 된 트랄라의 얼굴을 수십 명의 남자가 짓이기며 강간하기 시작한다. 한편 노조의 공금을 탕진한 것이 탄로 난 해리는 해고당하고 레지나에게도 버림을 받는다. 절망한 해리는 이웃의 아들을 유혹하려다가 동네남자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하고 자살한다. 동네의 다른 언저리에서 실신해 있던 트랄라는 그를 짝사랑하는 소년 스푸크에게 발견된다. 스푸크는 만신창이가 된 트랄라의 품에서 통곡한다.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는 휴버트 셀비 주니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1964년 소설 출간 당시엔 집단강간과 동성애 묘사 등을 이유로 영국에서는 음란죄로 기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영화는 전후시대를 지나는 중소도시의 모습을 그리는 작품이다. 대도시에서나 가능한 소비주의와 문명적 향락 그리고 인간애의 위로가 부재한 중소도시, 예컨대 브루클린에 남은 것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생존하는 데 필요한 야만성뿐이다. 전쟁의 상흔을 입고 돌아온 군인들은 브루클린에서 정액과 주먹질을 쏟아내고는 뉴욕으로 향한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는 절망과 가난의 끄트머리에 서 있는 그 누군가가 향했을 최후의 선택지다.

영화평론가

김효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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