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사 “철조망 훼손지 CCTV
사각지대여서 제대로 파악못해”
정 의원 “3개월째 못잡다니”

23일 불거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민간인 무단침입 및 은폐 의혹 사건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군의 기강해이 논란이 다시 한 번 불붙을 수밖에 없다. 북한 어선의 삼척항 대기 귀순 사건, 평택 해군 2함대 거동 수상자 은폐·조작 사건의 충격이 아직 채 가시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제보를 받은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 측은 “철조망을 뚫고 침입한 민간인이 안보지원사 영내를 활보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안보지원사 측은 “철조망 절단 흔적은 발견했지만 침입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맞서고 있어 면밀한 진상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안보지원사는 이날 정 의원실의 의혹 제기에 대해 “지난 5월 5일 오후 5시쯤 철조망이 훼손된 것을 발견하고 CCTV를 통해 살펴본 결과 10여 시간 전인 5일 새벽 철조망이 잘린 것으로 추정했다”며 “철조망이 훼손된 구역이 하필 CCTV 사각지대여서 누가 어떻게 철조망을 훼손했는지에 대해선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보지원사 측은 “외부 인원보다는 내부 인원 중 한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 700명가량 되는 인원 중 색출 작업을 벌였지만 3개월이 지난 현시점까지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 측은 그러나 “새벽 시간에 영내를 돌아다니며 CCTV 사각지대를 골라 철조망을 훼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기에 3개월째 잡아내지 못하고 있느냐”며 “안보지원사 측도 내부 소행으로 추정한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부 소행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도 없는 점 또한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 측은 안보지원사가 영내로 들어가는 철조망이 훼손된 경위에 대해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이번 사건을 상부 보고도 없이 서둘러 덮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안보지원사가 이번 사안을 자체적으로 경미하다고 판단, 부대 내에서만 공유한 채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 군의 기강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는 게 정 의원 측의 판단이다. 잇단 기강해이 사건이 터져 나오는 와중에 이번 사건까지 드러나자 군 당국이 책임 회피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 의원은 “과연 국방부 장관이 군 기강 해이 문제를 바로 잡을 의지나 능력을 가진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해당 사안에 대해 오는 26일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면밀하게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