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로고


통합 검색 입력
전체
사설
시평
시론
포럼
오후여담

한·일·중 외교장관회의 성과와 과제

기사입력 | 2019-08-23 12:35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

구베이수이전(古北水鎭)은 ‘중국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곳으로, 지난 21일 제9차 한·일·중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명소다. 의장국인 중국의 준비는 치밀했고, 환대는 극진했다. 미·중 경쟁의 큰 판을 의식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은 중요한 이웃인 한·일 양국을 품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가시적 성과도 거뒀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점유하는 3국 간 협력의 무궁무진한 잠재적 가치에 주목했다. 연내에는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더 이상 외교가 추상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3국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문제에 공동 대처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에 3000만 명을 돌파한 3국 간 인적교류를 더욱 촉진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 증진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올해는 한·일·중 정상회의가 처음 개최돼 3국 협력이 출범한 지 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한·일·중 3국 협력 체제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외교적 상상력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의 실행력, 이에 호응한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의 결단력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조찬 모임으로 시작된 3국 협력은 그간 3국 간 양자 관계의 향배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 왔다. 특히, 최근 몇 년은 역사문제로 인해 정체되기도 했다. 3국 협력을 더욱 제도화하고 내실화해 양자 관계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선순환적 구조를 만드는 게 우리 외교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이번 회의가 3국 외교장관회의이기는 하나, 관심이 집중된 것은 한·일 외교장관회담이었다.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과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로 야기된 한·일 갈등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한 특단의 외교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전망은 불투명했고, 양국 외교장관은 그야말로 무거운 마음으로 회담에 임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일본 수출규제의 부당성을 강조하면서도 어떻게든 현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실마리를 찾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일본은 정중하지만 차가웠다. 여전히 요지부동으로 같은 메시지만을 반복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답이 있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은 너무도 중요한 이웃이기에, 서로 반목하고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외교가 길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우리는 그 길을 찾기 위해 계속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모색할 것이다. 지구촌을 대상으로 우리의 외교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 높이기 활동도 계속될 것이다. 강 장관이 이번 회의 참석 계기에 전 세계의 여론을 선도하는 BBC ‘하드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좋은 예다.

강 장관은 중국 방문 첫 일정으로 재중(在中) 우리 기업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미·중 무역 갈등과 한·일 간 대립으로 촉발된 현장의 애로를 정확히 인식하고 왕이(王毅) 국무위원과 회담했다. 우리 기업의 애로 사항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화가 이어졌다. 한·중 관계는 여전히 호혜적인 협력의 여지가 크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양국 정부와 민간의 각급에서 더 많은 교류와 협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국가 간의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상호 간에 이견이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게 중요하다. 양국 간 대화의 장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한·일·중 3국 협력의 틀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욱 빛을 발해 왔다. 이번 회의를 지켜본 필자로서는 3국 협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더욱 분명한 인식을 갖게 됐다. 3국 협력이 더욱 공고해져서 양자 관계 발전을 견인하고, 이를 통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많이 본 기사 Top5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카카오톡

핫클릭 ✓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