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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스님 남해 염불암 주지

왜 어머니란 말에 눈물이 나고
별을 보면 어머니가 생각날까

못 다 준 사랑 죽어서도 주고자
하늘의 별 되어 저토록 빛나나

사막 밤하늘에 별 대신 빗방울
별이 없어도 어머니 보이는 듯

별을 기다리며 몽골의 고비사막 언덕에 앉아 있었다. 어둠이 깊어도 별은 오지 않고 대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막의 빗방울은 방문자를 적시지 않고 사막의 모래만 적시려는 것 같았다. 마치 오래 목말라온 사막의 갈증을 아는 것처럼. 나는 별 보기를 포기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게르(ger)로 발길을 돌렸다. 불어오는 바람의 촉감이 좋았다. 해발 1300m의 바람은 가을을 머금고 있는 것만 같았다.

게르 안에는 이미 난로에 자작나무가 자작자작 타고 있었다. 나무 타는 냄새와 소리가 좋았다. 나는 나무 침대에 팔을 베고 누워 게르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돔처럼 생긴 그 천장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똑, 똑, 똑. 그것은 마치 방문자의 노크 소리 같았다. 순간 나는 별이 방문한 것이라고 상상했다. 빗방울이 별이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나직이 읊조렸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아침 이슬 내릴 때까지’. 난로 안의 자작나무가 마치 박수를 치듯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에 대해서 말했다. ‘어떤 일을 할 것.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 어떤 희망을 품을 것.’ 그 세 가지 조건에 지금의 나를 대입해 보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별을 기다리는 일을 하고 있고, 별을 사랑하고 있으며, 언젠가 몽골에서 다시 별을 만나리라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몸이 따뜻해지고 나무 타는 소리가 마치 별들의 속삭임처럼 들렸다.

천체 과학자들에게 별은 하나의 운석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별은 윤동주 선생에게 어머니였고 나에게도 어머니가 된다. 아니, 어쩌면 많은 사람에게 별은 어머니로 다가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슬퍼할 것 없다 아들아

내 지금 허허로운 우주 속으로 사라져 가지만

그래도 한때는 이승의 질서에 발을 들여놓아

검은 황자 이름 하나 얻었던 몸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행운이냐

갈길 아직 머니 옷고름 잡지 마라

이제 비로소 별다운 별이 되는 것이니

(중략)

사는 일 눅눅해지거든 제삿날 아니어도

뒷동산 훠위훠위 별밭 하늘을 보렴

그럼 거기 어디쯤에서 나 또한 너를 보고 있을 터이니.’

장문석 시인의 ‘명왕성’이라는 시를 백중 회향하는 날 읽었다. 많은 분이 훌쩍이며 울었다. 우리는 왜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고, 별만 보면 어머니를 떠올리게 되는 것일까. 사랑 때문이다. 사랑이 아니면 어찌 그토록 눈시울을 적시고, 사랑이 아니라면 어찌 별이 그토록 살아서 우리에게 다가올 수가 있겠는가.

어머니는 사랑이다. 사랑이 넘치고 넘쳐 살아서 못 다 준 사랑을 죽어서까지 다 주고자 하늘의 별이 돼 저토록 빛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별빛은 따뜻하고 아련하기까지 하다. ‘한 포기 풀도 자라기 힘든’ 고비사막의 모래언덕에서 어둠이 깊도록 별을 기다린 것도 기실은 별이 돼 버린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머니의 사랑은 얼마나 큰 것이기에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저토록 선명하게 하늘의 별이 돼 빛나고 있는 것일까.

우리 불가에 어머니의 사랑을 전하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동산양개 화상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다. 출가를 결심한 동산의 편지를 받은 어머니는 모진 마음을 먹고 동산에게 답서를 썼으나 어머니는 자식을 잊을 수가 없었다. 눈물을 흘리고 흘린 어머니는 그 아픔으로 인해 시력을 잃게 된다. 시력을 잃고도 자식에 대한 보고픔을 지울 수 없었던 어머니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네거리에 나가 지나가는 스님들의 발을 씻겨 드리는 일을 시작했다. 혹시나 자식인 동산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그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저잣거리에 나가 앉아 지나가는 스님들의 발을 씻겨 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스님이 앞에 와서 발을 내밀었다. 한쪽 발을 다 씻겨 드린 어머니는 스님에게 다른 쪽 발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스님은 끝내 발을 내밀지 않았다. 어머니는 순간, 이 스님이 당신이 그렇게도 찾던 육발이인 당신의 아들 동산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머니는 더 이상 스님에게 다른 쪽 발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물속에 잠긴 한쪽 발을 잡고 흐느꼈고, 동산 스님은 멀어버린 어머니의 눈을 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사랑은 시력을 잃어도 여전히 사랑으로 남는다. 그러니 어찌 죽어서도 사랑이 그칠 수가 있겠는가.

백중재를 모실 때마다 참여한 어머니가 계신다. 그분도 동산 스님의 어머니처럼 자식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력을 잃어버렸다. 기도를 하고 법문을 하는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고생만 하다 떠나 버린 자식에게 미안해서 자식이 떠난 지 십수 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고 했다. 눈물에 시력이 다 씻기어 가고, 그는 더듬거리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마치 죽은 자식을 찾아 헤매는 방황의 몸짓인 것만 같았다. 절 난간을 잡고 더듬거리며 발길을 돌리던 어머니는 내게 물음을 던졌다. “스님, 우리 아들 극락에 가 있겠지요?” 나는 대답 대신 그분의 손을 꼭 잡아 드렸다.

게르를 나와 하늘을 보았다. 고비사막의 칠흑 같은 밤하늘. 그러나 간간이 빗방울을 떨구고 가는 바람은 부드러웠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별이 없어도 어머니가 보일 것만 같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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