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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패’ 우려 큰 분양가 상한제

기사입력 | 2019-08-14 11:50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과 관련한 지난 12일 정부의 발표를 보면서 방향을 잃고 점점 쌓여 가는 규제의 무게에 가슴이 갑갑해진다. 정말 분양가 상한제가 지금 서울 아파트 시장을 안정시킬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것일까. 분양가 규제를 재건축과 결합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박근혜 정부 말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이라는 수단을 통해 민간택지 분양가를 통제하기 시작했지만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문재인 정부 이후 실거래가지수로 약 30% 상승으로 정점을 찍었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제자리걸음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문 정부 출범과 함께 강화된 규제책들이 장래에 원활치 못할 공급에 따른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의 희소가치를 높였기 때문이다. 한편, 3년 전 분양가를 통제받은 개포동 H재건축 입주 아파트는 이미 분양가 대비 30%가 아닌 50% 이상의 시세 상승률을 만끽하고 있다.

후분양제와 분양가 상한제를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 분양가 상한제는 선분양제를 선택했기 때문에 요구될 수 있는 장치다. 그런데 이를 후분양과 결합하는 듣도 보도 못한 선택이 이뤄졌다. 후분양제와 분양가 상한제의 결합은 선분양 제도에서 불거지는 ‘로또 아파트’와 달리 기다릴 필요도 없이 현장에서 다이아몬드 배당을 확정해 줄 것이다. 유사 이래 최고 청약경쟁률을 경신했다는 기사를 자주 보게 될 것이다. 관리처분 단계에 이르지 못한 재건축 단지의 진행은 물론, 그 단계를 넘어 후분양을 선택한 재건축 단지들도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으로 사업 종결조차 불확실해졌다. 결국, 재건축 부담금을 피해서 몰린 재건축 아파트들로 인해 예상됐던 향후 입주 물량의 증가도 여의치 않을 것이다. 입주가 진행 중인 개포동 H아파트의 희소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이 아파트가 3년 전 분양할 때만 해도 조만간 시장이 안정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지금처럼 아파트 가격이 더 급등할 거라고 누가 확신했겠는가. 그런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를 건설회사가 짊어지고 합리적인 고민을 통해 공급에 대한 선택을 하라고 유도하는 게 후분양제의 목적이다. 대신 분양가는 자유롭게 선택하게 둬야 한다. 그래야 주택 공급의 변동성을 줄여 안정적인 주택시장을 조성하는 기초가 다져진다. 이제 후분양제는 방향성을 잃었다. 주택건설업체는 분양시장이 좋을 때 밀어내기 식 분양을 답습하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허울 좋은 실수요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다시 도래했다.

여기에다 10년 전매금지가 더해진다. 공공의 기여가 없는 민간택지 아파트에 입주 이후 매매를 이렇게 장기간 금지하는 것이 과연 합헌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고용 중심지 주변 주택은 활발한 주거 이동을 허용할 수 있어야 바람직하다. 오히려 10년 동안 현금을 묻어둘 수 있는, 현금자산 동원이 가능한 계층이 그 수혜를 보게 될 것이다. 전매제한은 거래가 급감했음에도 가격이 급등하는 현 상황에서 오히려 매물 감소를 심화시키지 않을지 우려된다. 거래의 급감과 예상되는 건설 분야의 침체는 결국 국민소득 감소로 귀결된다. 상황이 이 정도면 이는 주택시장의 문제를 넘어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그 부작용을 판단해야 한다.

이번 제시된 파괴적인 정책 조합에 대해 시장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규제를 통한 재산권 침해가 정당화되려면 시장의 실패를 넘어서 정부의 실패 없이 공공복리를 증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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