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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검사, 5·6共 시절 ‘엘리트 코스’…DJ때 ‘파업유도 발언’으로 몰락

김윤희 기자 | 2019-08-14 10:11


- 윤석열號 인사로 본 ‘공안검사의 부침’

MB·朴정부에서 부활… 文정부 들어선 ‘공안부’ 간판마저 잃어

대공·학원·선거·노동사건 전담
전두환 정권 때 승진 떼논 당상

DJ때 진형구 ‘낮술 발언’ 파문
공안부 개혁론 일며 쇠락 길로

지난달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공안통 검사장 승진 1명도 없어

조직축소·명칭변경 매이지 말고
정치편향 등 문제점 바로 잡아야


윤석열 검찰총장이 단행한 첫 검찰 간부 인사에서 이른바 ‘공안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검사장 승진자 15명, 고검장 승진자 8명 중 공안통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공안통 검사들은 줄줄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검찰 일각에선 ‘공안 학살’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한 부장검사는 “공안부는 매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다”면서도 “공안에 대한 현 정부의 부정적인 메시지가 이만큼 뚜렷했던 적도 드물다”고 말했다.

‘검찰의 별’에 비유되는 검사장 승진에서 밀려나자 공안검사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을 수사했던 김광수(51·25기) 부산지검 1차장,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한 최태원(49·25기)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사표를 던졌다. 윤 총장 취임을 전후해 검찰 고위간부 14명과 중간간부 50여 명이 사의를 밝힌 이른바 ‘사표 파동’은 윤석열 사단의 전진 배치, 현 정권 수사검사들의 좌천과 함께 ‘공안의 몰락’이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는 공안(公安) 검사는 주로 대공, 학원, 선거, 노동 사건을 전담한다. 그동안 권력형 비리와 대기업 수사를 주로 해 온 특수부 검사와 함께 검찰 조직의 양대 산맥으로 꼽혔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공안부와 특수부 검사들도 부침을 겪었다. 5공·6공 때까지 공안부는 검찰에서 가장 각광 받던 부서였다.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와 법무부 검찰3과, 대검 공안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장이 ‘정통 엘리트’ 코스로 꼽혔다. 그러나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역대 공안검사가 대거 밀려나기 시작했다. 공안 경험이 없던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과 홍경식 서울지검 공안1부장, 신태영 2부장 등이 ‘신공안’이라는 명명하에 새롭게 등장했다. 과거의 공안정책을 반성하고 인권 보호를 우선하겠다는 김대중 정부의 새로운 기조였다. 그런 가운데 진 전 부장의 1999년 6월 ‘파업 유도 발언’은 공안검사 몰락에 결정타를 날렸다. 진 전 부장이 대낮에 출입기자들과 폭탄주를 마시고 ‘우리가 조폐공사 파업을 유도했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안은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비판이 쇄도했고, 공안부 개혁론이 거세게 일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검찰에 남아 있던 공안검사들도 본격적으로 검찰을 떠나기 시작했다. 200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두율 교수가 항소심에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자, 이 사건을 수사한 박만 당시 서울지검 1차장이 두 차례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후 사표를 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돼 정권이 보수진영으로 넘어간 후 공안검사들은 다시 전성시대를 맞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검 공안3과가 부활했고 서울중앙지검엔 공안3부 격인 공공형사부가 신설됐다. 박만 검사는 KBS 이사에 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부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표적 공안검사 출신인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김학의 법무부 차관에 이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중용해 공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

그렇게 되살아났던 공안검사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히 퇴조하고 있다. 법무부는 대검과 일선 지검의 공안부 현판까지 ‘공공수사부’로 바꿔 달았다. 공안 개념을 대공과 테러 등 고유 영역에 한정해 사용하고, 노동이나 선거 분야는 공공성을 앞세워 전문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대검 공안부장에 특수통으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역임한 박찬호 검사장을 임명한 것도 공안에 대한 현 정부의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한 검사장은 “이미 공안 수사의 대부분이 노동 사건”이라며 “대공 수사에서 노동 수사로의 무게중심 이동이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안검사들이 처한 최근의 상황에 대해선 검찰 내에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서울시 유오성 간첩 조작 사건을 비롯한 공안사건에서 공안부가 국정원과 손잡고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해 온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반면 “당면한 사건,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게 임했는데 마치 적폐처럼 취급당하고 있다”는 분노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안부 조직 축소나 명칭 변경에 얽매이지 말고 공안부 운영 과정의 오남용을 바로잡는 데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안 조직을 축소하거나 이름을 바꿔도 노동, 집단분쟁, 선거 등 공안 사건은 그대로 남는다”며 “정치적 편향성, 분쟁 해결 과정에서 검찰의 과도한 개입 등 그간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보안법이나 국정원, 검찰 공안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없애라’는 식의 근본주의적인 사고는 득보다 실이 많다”며 “공안부의 그간 노하우를 유지하되 구체적인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최근 인사를 통해 공안통 검사들을 배제했다는 평가를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회의실에서 취임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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