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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부장

고동진 삼성전자 IM(IT·모바일커뮤니케이션)부문장(사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노트 10 언팩 후 기자간담회에서 7월 초부터 촉발된 일본의 경제제재와 관련해 비교적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등 국제정세 불확실성 때문에 스마트폰 사업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3∼4개월 부품 물량이 확보돼 있지만,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장기화할 경우 영향이 없을 수 없다”가 핵심이다. 오는 28일부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적용되면 스마트폰도 연쇄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삼성 수뇌부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처음 인정한 셈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쓰이는 이미지센서, 무선통신에 활용되는 라디오 주파수(RF) 부품은 일본 의존도가 높다. 이미 7월 4일부터 수출규제에 포함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역시 스마트폰용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다. 왜 고 사장이 “(2015년) 취임 후 손에 꼽는 위기”라고 했는지 짐작이 간다.

3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의 조달 차질 영향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이 사전에 삼성반도체 공급 중지 시기 등을 꼼꼼하게 사전 조사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치밀한 반도체 고사(枯死) 프로젝트다. 한국회계정보학회장인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의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44조 원의 영업손익을 거둔 삼성전자와 21조 원을 올린 SK하이닉스의 반도체·소재 재고자산 보유 기간은 지난 7월 1일을 기준으로 할 때 각 39∼49일, 62∼99일이다. 현재 재고로는 이 기간만큼만 반도체 공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기업 규모를 고려하면 아찔한 수치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 전체의 영업손익은 120조 원이었다.

사정이 이런데 일각에서는 반도체 공급 차질 우려가 ‘과잉반응’이라는 반박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시류를 등에 업고 엄살을 피우고 있다는 의미인가. “반도체 부자재 수출규제 장기화 시 차세대 공정 운영·도입 지연으로 산업혁신·시장선도에 타격”(한국수출보험공사) “첨단소재, 특수 기계, 정밀기기 및 부품에 대한 수급 차질 발생”(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전망은 왜 나오나.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8일 일본과의 갈등, 미·중 무역분쟁 심화의 여파로 내년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3%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여행, 항공 등 연관산업 피해도 구체화하고 있다. 3대 핵심소재의 수출규제가 장기화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본격 적용되면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입이 지연될 것이고 제조업 전반에 미칠 연쇄적인 타격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정부가 뒤늦게 대외의존형 산업구조에서 벗어나겠다며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내놓았지만, 과실(果實)로 연결되려면 각고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현장 의견수렴을 내세워 바쁜 기업들을 전면에 세우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총력 대응할 수 있게끔 법과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는 한편, 외교적 노력을 가일층 기울이는 솔선부터 필요하다. 평소 훈련을 게을리하고 병장기를 방치했다가 요란한 구호, 기치만 내거는 허장성세(虛張聲勢)형 군대는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건 역사적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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